“죄송하지만,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1월 말, 전화기 벨 소리가 무서웠다. 하루에도 여러 건 코로나19에 따른 2월 이후 상반기 행사 취소·연기…. 2, 3주 뒤면 가능하겠지? 메르스도 지나갔는데 코로나도 금방 지나가겠지? 희망을 갖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하지만 지독한 코로나19는 우리 기대를 저버리고 7월인 지금도 기세등등하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전과 달라진 일상이 함께할지 모른다.
필자가 몸담은 부산의 공연업계는 코로나로 2월부터 지금까지 90% 정도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공연 장비·음향·조명·무대·소품 등을 맡는 거의 모든 업체의 직원은 휴직한 상황이다. 업체 또한 휴업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든 일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직원과 대표자들은 사무실에 들러 장비를 정비하며, 준비를 한다. 일부 업체의 대표들은 사무실 임대료라도 벌기 위해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도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희망고문은 계속되고 심지어 도산할 위기까지 왔다. 이미 도산한 업체도 많다. 그리고 며칠 전 국제신문 등에 보도된 것처럼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A음향업체가 무너졌다. 이 업체가 무너지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 우리도 곧…. ’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비대면 콘텐츠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요즘 트렌드인 ‘드라이브인 콘서트’ ‘랜선 콘서트’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콘텐츠가 다방면으로 만들어진다. 공연을 하더라도 실내외 공연장 객석에 간격을 두어 공연을 진행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셈이다. 하지만 관객이 적거나 없다 하여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전문적인 하드웨어나 전문 인력이 필요해져 더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면서 문화예술계도 살아가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부산시가 주최하는 부산 대표 축제인 부산바다축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취소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런데 그 보도 속 부산시 담당자의 설명이 황당해 유심히 봤다. “현재로서는 축제 관련 업체(공연업계)를 지원 할 방안이 없다.” “축제가 취소돼 사용되지 못하는 예산은 여행사나 숙박업체 등을 지원하는 등 관광활성화 용도로 쓰기로 했다.”
왜 취소만이 능사인가? 숨이 턱에 차서 무너져가는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에게 지원할 방안은 왜 없었을까? 과연 자문위원회나 공청회를 거쳐 진행된 내용일까? 자문위를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아닌 교수 또는 고위직 분들을 모셔 형식적으로 하지는 않았을까?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은 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장 전문가나 관계자 역시 몰랐던 내용이다. 일방적인 통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꼭 화려한 조명과 대형무대, 연예인들로 구성해야만 바다축제인가? 수만 명이 스탠딩 관람으로 땀 흘리며 뛰며 즐겨야만 록페스티벌인가? 고정관념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언론을 통해 축제 취소 결정과 관련 설명을 접하고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왜 축제가 취소돼 사용하지 못한 그 예산이 다른 부문 지원에 쓰이는가? 문화예술업계는 굶어도 되고 여행·숙박업은 꼭 살려야만 하는가? 문화예술업도, 여행·숙박업도 살려야 한다. 예산은 공정하게 그에 맞게끔 써야 하는데 그 예산이 전용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요즘 문화예술인들은 코로나19 대책 모임 등을 많이 갖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업계 동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축제와 행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대전제하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은 위험하므로 소규모 행사를 늘리는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하며 이러한 논의를 위해 관련 기관·단체·개인을 망라하는 라운드 테이블 등 여러 가지를 제안 할 예정이다. 대책 없는 공연·행사 취소에 대응해 코로나19를 피해갈 여러 가지 콘텐츠를 기획·개발 중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각 기관에서도 알아봐 주기를, 같이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김광우 프리덤 대표·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프로그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