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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현대판 분서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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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그 잡지를 읽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그걸 금지하는 거야.”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 이른바 ‘스트라이샌드 효과’다. 알려진 정보를 인위적으로 삭제 또는 검열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 정보가 더 널리 퍼지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 2008년 7월 말 있었던 일이다. 대한민국 국군이 금서를 지정했다. 발단은 한총련이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위해 현역 장병에게 ‘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였다. 국방부는 한총련이 보내려고 한 도서목록을 입수해 22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과 같은 합법적으로 시중에 나온 서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 군에서는 읽으면 안 되는 희한한 일이 생겼다. 더 재미있는 현상은 금서 도서가 언론에 보도된 뒤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출판사와 서점은 ‘금서목록 컬렉션’ 형태로 홍보한 적도 있었다. 훌륭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이처럼 문화 통제는 성공한 예가 없다. 여기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중국 진나라 때 시황제의 분서갱유가 이런 교훈의 원조 격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지만, 15년 만에 망하는 단초가 됐다. 가까이는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불온서적’도 좋은 예다. 불온서적 지정은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켜 지하 유통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을 의식화하는 요인이 됐다. 그만큼 글이 가지는 영향력은 강하고 무섭다.

그런데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홍콩 공공도서관에 민주화 인사들의 저서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당국의 검열로 사실상 금서가 지정되고 있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지난 1일 이후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제한은 서적 검열만이 아니다. 홍콩 식당은 식당 벽에 손님이 붙이는 포스트잇을 제거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으면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찰의 경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누르는 힘이 강하면, 튀어 오르는 반작용도 강한 법. 제재가 강할수록 저항도 심해진다. 말기적 상황을 재촉하고,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역사적 교훈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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