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 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는 일본 삿포로 눈축제, 브라질 리우 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축제기간 전세계에서 6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모이는데 이들이 2주간 소비하는 맥주는 700만ℓ가 넘는다. 올림픽 수영장 3개를 채울 양이다. 덕분에 경남 남해군 독일마을의 한국판 옥토버페스트도 함께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올해 210주년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이다.
축제를 의미하는 영어의 ‘Festival’은 라틴어 ‘festus’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금식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종교적 색채가 짙다. 그러나 여기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뜻도 있다. 4계절 중에서 봄과 가을에 축제가 많지만 그중 가을이 으뜸이다. 부산에서 연중 열리는 45개의 축제 가운데 가을 행사가 22개로 봄(13개)보다 많다. 경남도 95개 행사 중에서 봄 축제(32개)보다 가을 축제(33개)가 앞선다. 기후가 선선하고 가을걷이가 끝난 뒤 여유와 풍요로움까지 더해져 잠시의 일탈을 즐기기에 이만한 시즌이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 가을엔 그런 소소한 재미를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만 해도 행사 대부분이 개최가 불투명하다. 10월로 연기됐던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불꽃축제 부산원도심골목길축제도 고민이 깊다. 경남에선 4년 주기로 열리던 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내년으로 연기됐고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취소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코로나 감염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변종 코로나까지 설치는 상황에서 가을 축제의 취소나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전세계적 선택이다. 골목길 황소 달리기로 유명한 스페인 산페르민 축제에선 코로나 덕분에 소들이 살았다는 우스개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 이후 축제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조사를 보면 80년대까지는 전국 통틀어 지역축제가 50개도 안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176개로, 2000년대에는 353개로 불어났다. 올해 계획대로 축제가 열렸으면 그 숫자는 968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축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느낌이 좀 다르다.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데다 경기마저 나쁘다. 이번 여름은 특히 무더울 거라는 예보도 있다. 도심의 가을이 축제로 시작된지도 제법 됐는데 이래저래 어려운 시절 잠깐이나마 머리를 식히던 볼거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조금은 심란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