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 유난히 큰 머리 위에 두 눈이 툭 불거져 있고 생김새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크고 화려한 등지느러미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한마디로 괴상하게 생긴 녀석이다.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볼록할 ‘철’자와 눈 ‘목’자를 써서 철목어라 했다. 공기호흡을 할 수 있어 아가미는 물론이고 폐로도 숨을 쉰다. 그래서 썰물 때면 가슴지느러미로 갯벌을 헤집고 다니며 먹이사냥을 한다. 때로는 꼬리 힘으로 상당한 높이로 도약하는데, 이는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유혹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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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짱뚱어탕은 어지간한 보양식보다 낫다. |
이맘때 갯벌에 나가면 짱뚱어의 기행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소리에 민감한 짱뚱어는 갯벌에 나와 머리를 쳐들고 있다가도, 다가가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므로 여간해선 잡기 어렵다. 긴 낚싯줄에 추와 바늘을 달아 짱뚱어가 뛰어다니는 지점에 정확히 낚시 바늘을 던져 채 올리는데 이를 ‘훌치기’라고 한다. 뻘배를 타고 다니며 노련하게 짱뚱어를 낚아채는 모습은 전라남도 순천, 강진, 증도 등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물이다. 한때는 돼지 먹이로 줄 만큼 흔하게 잡혔으나, 곳곳의 방조제 공사와 오염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청정 갯벌에서만 사는 짱뚱어는 인공양식도 되지 않는다. 2011년 처음으로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에서 인공종묘 생산에 성공한 뒤, 가끔 어린 짱뚱어를 대량으로 방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먹는 짱뚱어는 모두 자연산이고 산지가 아니면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생선이다.
부산 출신인 나는 10여 년쯤 전 짱뚱어탕을 처음 맛봤다. 순천의 대표 보양음식이지만, 다른 지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유별난 이름에 이끌려 시켰다가 순식간에 매료된 음식이다. 짱뚱어탕은 겉으로 봐서는 추어탕과 별 차이가 안 난다. 몸통은 으깨졌으니 분간할 수 없고, 시래기·숙주·애호박·토란대 등 내용물도 비슷하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그리고 방아 잎이나 제피가루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 또한 추어탕과 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맛에서 차이가 난다. 짱뚱어는 그 생김새와는 달리 의외로 고급스럽고 조신한 맛이다. 갯벌을 기어 다니며 햇볕을 많이 받고 자라 비린내가 없어 탕이나 전골로 그만이다. 심지어는 약간 밋밋한 맛 때문에 처음에는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다 바다 생선 특유의 시원함 덕에 자꾸만 숟가락을 담그고 만다. 약간의 들깨와 된장이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시원함이 주눅들지 않는다. 처음에는 안단테 정도의 속도로 손이 움직이지만 개운함 속에 감춰진 특유의 깊은 맛을 느끼는 순간, 움직임은 알레그로 정도로 빨라진다. 그러다 보면 인기척에 놀라 뻘 속으로 숨어드는 짱뚱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탕 한 그릇을 비우고 만다. 전날 술이라도 마셨다면,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속은 오히려 편안해지는 신통방통한 음식이다. 삼복에 남도 갯벌을 찾는다면 꼭 한 번 맛보시길 권한다.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