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환경 분야다. 세계 각국의 사회·경제활동 제한 등으로 매연 발생이 대폭 줄어들고 지구촌 곳곳의 하늘도 맑아졌다. 심지어 인도 북부에서는 160㎞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육안으로 관측됐을 정도다.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만 해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택 근무 등이 대기질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계기상기구(WMO) 등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8% 감소시킬 걸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지구의 열을 식히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왔던 이유다. 이산화탄소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런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로는 지난 5월 측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세계 평균 471.1ppm(100만분율)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계절적 요소도 꼽히고 있으나, 결국 코로나19로 증가세가 일시 둔화됐을뿐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늘었다는 얘기다. 한 번 배출된 탄소는 수세기 동안 잔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 중 농도를 낮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그제 발족됐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해 서로 상쇄됨에 따라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취지다. 부산시 등 17개 광역자치단체와 63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고, 환경부는 이를 지원한다. 지난달 5일 전국 모든 기초단체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이어 실질적인 행동이 전개되는 셈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공동 협력하고 각 지역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관련 조례 등을 수립, 시행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2015년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선 이래 악화일로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농도가 세계 평균치를 웃돈다. 근본 해결책은 자명하다.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생태계 보전이 가능한 1.5도 이하로 묶으려면 늦어도 2055년까지 탄소중립이 거의 실현되어야 한다는 게 UNEP의 판단이다. 이는 우리와 후손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