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돈’을 위해 서민과 실수요자가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6월 23일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김 장관은 이날 서민 주거안정, 균형발전의 가치 재정립, 비정상적인 관행 혁파, 교통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등 자신이 추진할 4대 중점 정책과제를 내걸었으나 초점은 부동산 투기세력에 맞췄다.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그 증거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6·17대책도 부족해 지난 10일 발표한 22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부동산’ 장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반응이 싸늘하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겠다는 이번 대책을 두고 미래통합당은 “집값 안정화 대책이 아니라 부족한 세금을 거두기 위한 꼼수 증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시시콜콜 대립각을 세우는 통합당 뿐만 아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쏘아붙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4%로 최고치다. 한국갤럽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효성과 별개로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세금 인상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 경질론이 불거진 이유다. 통합당은 “해임건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구에서 어떤 타자가 내리 2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4번 타자라도 대타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책실패의 주범은 당연히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 심상찮은 여론을 반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단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두 달 뒤면 김 장관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3년 3개월 간 재임한 정종환 전 장관 기록을 깨는 것.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줄은 화장실에서만 서자’고 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며 ‘낭중지추’(囊中之錐)를 언급했다. 김 장관 모습이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처럼 위태롭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험대에 섰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