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그 당위성과 시급함이 새삼 더 부각된 것 중 하나로 지방자치·분권이 꼽힌다. 즉, 무시무시한 감염병이 확산·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역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나서다. 중앙 정부에 모든 것이 의존되어서는 효과적인 방역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에 국한됐던 감염병 검사권한이 지역 보건기관에 이양되고, 지방정부도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도록 관계법이 개정된 게 대표적 사례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자치분권 과제와 비전 세미나’를 주최하고,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공동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자리에 붙은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국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명이 그대로 말해준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자치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방역에서 중앙의 통합적 대응과 아울러 지방정부의 지역단위 다원적 대응의 조화가 핵심 요소로 입증된 터다.
그러나 우리의 자치분권 실상은 법제적으로나 행정·재정적으로나 미흡하기 짝이 없다. ‘무늬만 자치’ ‘2할 자치’, 심지어 ‘중앙 정부의 출장소’라는 소리를 들은지 오래다. 종전 일상으로의 복귀가 거의 불가능해진 코로나 시대를 감안하면 자치분권이 절실함에도, 추진은 미미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만 해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여야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과연 그들의 안중에 자치분권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근본적인 해법은 역시 자치분권형 개헌에 있다. 지방정부에 자치행정권과 재정·인사권 등을 보장하도록 헌법을 바꾸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점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번 세미나 자리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면, 자치분권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여대야소’인 현 국회에서의 개헌 추진 가능성과 자신의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박 의장은 빈말이 되지 않도록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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