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울산지역에서 고용규모가 가장 큰 양대 사업장의 올해 노사 교섭이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예년 같으면 4~5월쯤 노사가 상견례를 시작해 이맘때 쯤이면 최소 노조가 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을 터다. 현대차의 교섭이 거북이 걸음을 하는 것은 다분히 코로나19가 요인때문이다. 노조가 교섭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백 명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행사를 쉽게 갖기가 부담스럽다. 현대차 노조는 대의원대회 일정을 잡지 못하다 이달 6일 개최하기로 했지만 다시 20일로 연기했다. 울산시 보건당국의 권유를 받아들인 조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올해 교섭(임협)은 통상 7월 말이나 8월 초 시작되는 여름휴가가 끝나야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교섭(임협)도 매듭짓지 못해 올해로 이월한 상태다. 지난해 5월 2일 상견례 이후 지금까지 1년 2개월이 넘도록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교섭은 임·단협이라 요구안은 더 누적됐다. 지속된 조선경기 불황으로 회사의 경영 상황은 사상 최악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 실적은 고작 8척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만 12만 원 인상을 요구한다. 이 보다 더한 쟁점은 지난해 5월 30일 회사 주주총회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때 해고된 4명의 조합원 복직과 90억 원대 손해배상 취하, 만 62세로 정년 2년 연장 등이다. 회사는 주총 폭력과 관련한 해고자 복직과 피해 손배소 문제는 수용불가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이 문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측 주장이 팽행선을 달리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 “올해 교섭도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나온다. 노조는 회사를 압박할 요량으로 오는 16일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올해에만 5번째인데 동참 조합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 참여자도, 일감도 적으니 회사는 파업에 무신경한 느낌이다. 요식적이고 소모적인 파업이지만 노조는 ‘전가의 보도’라 여기는지 반복해 휘두른다. 이러는 사이 이 회사에서 올해 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생산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한 산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