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한 학기가 마무리됐다. 3월 개강 때, 2주 정도 임시 온라인 수업 후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기대했는데 이는 점점 바람과 기도로 바뀌었고, 결국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가 지나갔다. 교수마다 각자 선호하는 수업 방식이 있겠지만, 필자는 강의실 대면 수업을 좋아한다. 내 강의에 학생들이 귀 기울이고 있는지,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가 아쉽고, 다음 학기 또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될까 봐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제작 과정의 시행착오로 힘들기는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온라인 수업이 편해졌다는 교수들도 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대면 수업보다는 온라인 수업이 시대 흐름에 맞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교육 기관의 수업 방식이 온라인으로 바뀐다면, 교사나 교수가 필요할까? 대학은 온라인 수업 전문 제작 업체에서 콘텐츠를 구입해 사용해도 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공지능이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모든 대학이 사이버대학이 될 수도 있다. 사이버 대학에 인간 교수는 더는 필요 없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사라질 직업에 교수가 거론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번 학기에 학생들에게 부여한 과제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것이었다. 상당수 학생의 명단에 공무원이 있었다. 그 학생들은 공무원의 업무가 주민등록등초본 발급하는 일이 전부라고 믿는 듯했다. 공무원 업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제자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3번 놀랐는데, 첫 번째, 예상했던 것보다 업무량이 많아 놀라고, 두 번째, 일한 만큼 돈을 더 받는 업무는 아니지만 나름 보람을 느끼는 자신을 볼 때 놀라고, 세 번째,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했고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직장인데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놀랐다고 한다. 공무원이 된 제자들은 둘째와 셋째 놀람을 계속 반복하다가 정년퇴직하게 될 것이다.
학생에게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만 강의해왔고, 공무원이 되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새삼 반성하게 됐다. 학생들의 공무원 업무에 대한 오해가 공무원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사라질 직업 명단에 올려놨듯이, 교수의 업무에 대한 오해 때문에 교수란 직업이 사라지는 직업 명단에 올라있었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오해라고 인정할까?
대학 교육에서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공 교육이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고 따라서 교양 교육을 제대로 못 하는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대학의 교수 대부분은 전공 교육 전성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모든 국가의 대학교육이 그럴 것이다. 현재 대학들에서 교양수업의 중요성은 학생이나 교수에게 전공수업에 비해 후순위이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 선 이후 교양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전공만으로도 매 학기말 몸살을 앓을 정도로 수업을 해왔다. 그렇지만 지금이 교양 교육 내용과 방식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압박을 받는다. 내용을 구성하는 데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수업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 단언할 수 있다.
전공 교육은 인공지능에 의한 수업이 가능하고 그런 수업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양 교육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이다. 교양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수의 인격과 품격이 학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 방식으로는 한계가 많고 대면 수업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대학교육에서 교수가 필요한 이유가 교양교육을 위해서인 시대가 오고 있다. 교양수업 내용과 방식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학생에게 전달될 교수의 인격과 품격이 제대로 형성돼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차동욱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