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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청주와 반포 사이

노영민 실장 다주택 처분, 똘똘한 한 채 위력만 확인

정부 새 대책 내놓았지만 수도권 집중 해결 없이는 근본적 대책 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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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이 이런 문제로 폭풍의 중심에 설 줄 짐작이나 했을까. 청주와 반포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결국 보유한 아파트 두 채 모두를 처분하는 신세가 됐다.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모범을 보이려 했다가 꼼수라는 소리만 듣고, 들끓는 여론에 기름만 끼얹은 꼴이다. 대통령 최측근이 이처럼 부동산 문제로 만신창이가 됐으니, 정부의 어떤 정책도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지난 10일 서둘러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거세게 타오른 분노의 불길을 잠재우긴 어려울 듯하다. 거기에다 노 실장 사례는 되레 ‘똘똘한 한 채’의 위력만 새삼 확인시켰으니, 누구더러 정부 정책을 믿어달라 하겠나.

역설적이게도 노 실장이 두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절세의 ‘비법’까지 드러났다. 반포→청주 순이 아니라, 청주→반포 순으로 매각하면서 양도세를 아꼈다는 부분이다. 노 실장이 의도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하긴 다주택자 입장에서야 ‘비법’이랄 것까지도 없을 터이다. 이 정도 ‘상식’도 모르고 다주택자가 되긴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알량한 소형아파트조차 가지지 못한 무주택자들로선 분노를 넘어 절망감이 밀려올 만하다. 어디 한 번 집을 가져봤어야 절세든 뭐든 해볼 게 아닌가. 무주택 서민은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에서 더욱 소외되면서 절망할 힘마저 잃어가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집을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거기에 더해 지난 10일엔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주택 종부세율 등 세 부담을 높이는 게 골자다. 정부여당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불안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지 싶다. 여태껏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빠짐 없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분노와 불신이 팽배한 시장에선 정부가 대책을 낼 때가 오히려 호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세금 폭탄’이라는 야당 공세야 그렇다 쳐도 이미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된 마당이다.

기시감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발목을 잡은 부동산 대책이 떠올라서다. 노 정부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확대 등 다양한 투기 억제책을 쏟아냈지만, 임기 내내 부동산 가격 불안이 이어졌고 끝내 민심이 돌아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현 정부는 임기 초부터 줄곧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렇게 나온 게 22차례나 되는 대책이지만, 점점 당시를 닮아가고 있으니 그 위기감을 짐작할 만하다.

야당에선 국토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들도 알고 정부도 안다. 장관 한 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다층적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물론 최근 부동산 문제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몰린 탓이 크다. 그러나 이 또한 기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일 뿐, 본질적 원인은 아니다. 정부가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용수철처럼 집값이 더 튀어 오르는 기형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해결은 요원하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대증요법만 남발해봐야 ‘똘똘한 한 채’의 위력만 강화시킬 뿐이다.

노무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 정부가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내놓은 정책마다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그나마 노 정부 때는 국가균형발전의 씨앗이라도 뿌렸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집값 상승률이 주춤해진 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노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결실이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등한시하면서 2014년 이후 수도권 집값은 다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노 정부의 계승자인 문 정부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임기 초부터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문제는 말과 달리 현실은 거꾸로 갔다는 점이다. 노 정부가 뿌린 씨앗을 정성껏 보살피고 거두기는커녕 아예 고사시키고 있는 지경이다.

청주와 반포 아파트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노 실장의 처신은 분명히 옳지 못하다. 그러나 그에게 비난을 퍼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최측근마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탓해야 한다. 현 정부 또한 그 해답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것을 쓸어 담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답이다. 다만 현 정부가 그 해법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인구 절반 이상이 몰린 수도권 표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도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지 못한 단견이다. 대한민국은 똘똘한 반포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청주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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