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다시 정국의 중심에서, 미증유의 혼돈을 겪는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야당이 아닌 집권세력과 마찰을 빚으면서다.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과 여권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 임명된 검찰총장이 집권세력의 비난과 야권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희한한 시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벼랑 끝 대치, 요약하자면 법무행정의 총책임자와 그 아래 일개 외청장의 자존심 대결로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의 피로도가 더 상승했다. 추 장관과 집권세력은 할 말이 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에서 윤 총장이 보여준 특별수사의 화력과 달리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에서 잠잠한 윤 총장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검찰이 그간 보여준 선택적 인식·수사·판단의 정점을 윤 총장이 보였기 때문이다.
본래 검찰은 정치적 조직으로, 정치행위가 없었다면 지금껏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생존할 수 없었다. 판사 출신으로 5선 의원에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런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와 집권세력은 국정 1호 과제인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현 정부 두 번째 검찰 수장에 윤 총장을 임명했다. 그랬던 집권세력이 이제와서 윤 총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니, 비록 ‘윤석열 검찰’의 행태가 불편할지라도 집권세력과 검찰의 갈등이 볼썽사납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상당수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을 떠나 대검찰청으로 입성하면서 그를 보좌했던 차장검사들을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참모진으로 데려갔다. 한동훈 검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 총장은 갓 승진한 검사장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임명해 관례를 깼다. 좌천된 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세워 검찰의 관례를 깬 탓일까.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여당 모두 그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윤 총장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그에게 절대적인 힘을 줬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업자득이다. 집권세력은 검찰총장 인사 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청와대에 묻고 대통령에게 윤 총장의 경질이든 재신임이든, 결단을 촉구하라. 그럴 용기도 없이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는 비겁한 자세는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고 나아가 검찰개혁의 반감만 살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송진영 사회1부 차장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