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독설이라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그의 인물평은 인색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의 레벨이 돼야 인정받는다. 그런 그가 의외로 높이 평가하는 정치인이 있다. 극과 극이 통해서일까. 그것도 그가 즐겨 사용하는 용어인 좌파 진영의 핵심이다. 바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경남도지사 시절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를 자기가 본 가장 머리 좋은 정치인이라고 칭찬하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2006년 2월 말 대정부질문 때였다. 당시 이 대표는 참여정부의 총리였다. 그의 말로는 이 대표가 정부 현안을 꿰뚫고 있어 공세를 펴는 야당이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고 한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등판한 그 역시 현안을 가지고 이 대표와 다퉈 이길 자신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게 이 대표의 신경을 자극하는 전략이었다고 했다. 한 성깔 하는 이 대표의 평상심을 건드리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 도중 대뜸 “브로커하고 놀아난 것 아니냐”고 내질렀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법조 브로커의 로비 의혹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인신 모욕하지 마시라”며 바로 버럭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같이 골프 친 적 있고, 받은 정치자금의 액수를 공개하라”며 한발 더 나아가 자극했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줄곧 노기 띤 표정에 날 선 표현으로 응수했다. 야당은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본회의장을 퇴장해 대정부질문이 바로 끝났다고 한다. 이로써 야당이 수세였던 국면이 공세로 전환됐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며칠 뒤 이 대표는 삼일절날 골프를 쳤다는 보도로 곤경에 처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화를 이기지 못해 설화를 많이 입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홍 의원의 주장과 달리 이해가 안 되는 게 더러 있다. 설전 끝에 나온 실수가 아닌 탓이다. 대표적인 게 며칠 전 서울을 두고 한 ‘천박한 도시’ 발언이다. 앞서 총선 국면에서는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해 논란이 됐다. 지난 1월에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말도 했다.
이래서 “정계 은퇴를 한 달 남긴 탓에 말이 거칠어진 게 아니냐” “총기가 예전만 못하다” 등등의 말이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직은 집권 여당 대표이니 좀 많이 자중해야 할 듯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