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항만공사(BPA)에서 열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북항 재개발은 2004년 노 대통령이 부산 방문 때 북항을 세계적 해양 친수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해양수산부의 고층빌딩 개발 위주의 종합계획을 보고 받은 노 대통령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상업적인 목적을 최소화하고 많은 공간을 부산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시야가) 막힘없이 시원하게 열린 공간의 확보가 중요한데, 너무 개발되면 돈 없는 서민들이 못 오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년이 흐른 현재 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 사업은 노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북항 상업업무지구는 D-1, D-2, D-3 모두 3개 블록이다. D-1 블록에는 협성건설이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지상 61층 규모의 ‘협성마리나 G7’을 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3 블록은 지난 4월 23일 부산시의 건축허가가 났다. 이곳에도 지상 59층 규모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이 들어선다. D-2 블록은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없지만, 이곳마저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북항에는 높은 빌딩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게 된다. 북항 재개발 구역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을 보면 D-1은 높이 200m, D-2와 D-3는 높이 280m까지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부산시의 건축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북항 재개발지역의 배후 주거지인 동구 주민들과 관할 지자체인 동구의 반발은 거세진다. 부산시민에게 친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북항 재개발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부자를 위한 고급 주거공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 5월 북항 재개발 지역 내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이 출범한 이후 부산시청 광장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갔고, 동구의회 의원 3명이 항의 표시로 삭발했다.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북항 재개발 사업에 정작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주민 반발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해수부 관계자는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담은 실시계획 수립 때 공청회 등을 열어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그간 중앙정부의 주민 의견 수렴 등은 절차적 요식행위였던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은 이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돌입한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