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1993~2001년)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높이기 위해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타운홀 미팅(townhall meeting) 방식을 즐겨 썼다. 마치 선거유세처럼 여러 지역을 찾아가거나 방송매체를 통해 국정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한 거였다. 그의 이런 행보는 행정부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듯하다. 당시 국무부 등의 각료들이 정책 홍보차 각지를 방문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심심찮게 나타나서다.
그는 1992년 선거전에서도 이 방식을 적극 활용한 걸로 유명하다. 유세의 일환으로 유권자들과 직접 대면하며 정견을 알린 게 효과를 봤다. 특히 1996년 밥 돌 공화당 후보와의 대선 TV토론은 이 방식이 채택됨으로써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 그 토론은 유권자 중 무작위 추출된 20명이 주로 두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렇다 보니, 클린턴의 도덕성·스캔들 문제를 집중 부각하려던 돌 후보 측의 전략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타운홀 미팅은 미국의 독특한 참여민주주의 제도로 불린다. 17세기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시행됐던 ‘타운미팅’이 원조다. 주민 전체가 시청사 등에 모여 지역의 법과 정책, 행정절차 등 중요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런 방식이 현대 들어서 정책결정권자나 정치인, 선거입후보자 등이 지역 주민을 초청해 정책·공약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공개회의로 발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넘어왔다. 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당선인이 마련한 ‘국민과의 대화’는 타운홀 미팅에서 따온 걸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도 그렇게 이뤄졌다. 경제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013년 10월 취임 후 전체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미래통합당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이 타운홀 미팅 방식의 공천을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자당의 후보들이 지역을 돌면서 당원·주민의 질문을 받고 끝장토론으로 실력과 우열을 가려서 공천하자는 얘기다. 여기에다 통합당 원내대표는 인기 TV경연프로그램인 ‘미스트롯’ 방식으로 선출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간, 당원 위주로 후보를 뽑는 ‘그들만의 리그’이거나 대체로 중앙당과 현역 국회의원 등의 입김에 휘둘렸던 것과는 격세지감이 든다. 하지만, 흥행에 치중해 후보가 마구 난립하거나 인기투표식으로 흐를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점이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