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이라는 전염병이 있다. 말라리아와 함께 대표적인 열대병이다. 동남아시아의 토착병이었으나, 전 세계의 열대·아열대 지방으로 퍼졌다. 위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말라리아가 거의 퇴치된 열대지방에서도 유행한다. 싱가포르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대표적이다. 최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뎅기열 유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 들어 발생한 환자는 1만8600여 명에 달한다. 증상은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 강한 통증을 동반한다. 사망률은 2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이었지만, 해외여행 증가로 유입되면서 2000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이런 병을 옮기는 놈은 모기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게다가 이 모기는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고 서식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감염 위험 지역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모기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흡혈하는 특성 탓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마구잡이로 전파한다. 말라리아의 매개체도 모기다. 그래서 살아 있는 생물학 테러 병기라고 불린다. 통계상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다. 모기를 통해 병원체에 감염돼 목숨을 잃는 이는 연간 70만 명에 이른다.
우리에게 뎅기열이 널리 알려진 것은 가수 신정환 때문이다. 2010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던 그는 수사기관에 붙잡히기 전 “필리핀 현지에서 뎅기열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병원 입원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이는 거짓말로 드러나 호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뎅기열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됐다. 진 전 교수는 당시 신정환 사진을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의 병상 사진과 나란히 올린 것이다. 정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한 뒤 입원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사진과 함께 “정진웅 부장께서 뎅기열로 입원하셨다고 (한다)”며 “빠른 쾌유를 빕니다. 힘내서 감찰받으셔야죠”라고 적었다. 사진 구도가 비슷한 점을 들어 비꼰 것이다.
요즘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한 검사장과 정 부장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원인이 무엇이고,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감찰 후 드러나겠지만, 충돌했다는 자체가 창피스럽다. 더욱이 인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뎅기열에 비교까지 됐으니 더욱더 착잡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