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구단인 NC 다이노스는 2013년 1군 무대에 뛰어들었다. 신생구단에 속하지만 실력이 만만치 않아 올해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부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합은 종종 ‘낙동강 더비’라 불린다. 경기 때는 각 구단 선수나 관중이 늘 팽팽한 긴장감을 가진다. 호사가들은 롯데와 NC 사이에 새로운 경쟁 관계가 만들어졌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NC 창단 전에는 경남에서도 롯데를 광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1982년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 연고 기업을 묶어 출범했다. 당연히 부산 울산 경남의 야구광은 롯데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산 관중의 호응도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그 곳에서 경기가 열릴 때는 타 구단 선수들이 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그 밑바닥에는 연고 구단이 다른 지역 구단에 밀리면 안된다는 자존심이 깔려 있었을 터다. 비약이기는 하나 ‘부울경은 원래 한 뿌리’라는 생각이 그런 열정을 이끌어 냈을 지도 모른다.
예전 기억을 떠올린 것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다. 지난 27일 부산롯데호텔에서는 ‘2020 영남미래포럼-영남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주제 아래 100분 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참석했다.
5개 광역단체장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2015년 11월 울산에 개최된 ‘영남권 시도지사협의회’ 이후 거의 5년 만이다. 그런 만큼 토론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지역 서비스 산업과 제조업의 앞날을 우려했다. 다른 광역단체장도 비슷한 처지를 토로하며 이런 위기를 벗어날 방안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 나온 부울경 통합에 귀가 솔깃해졌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울경이 힘을 모야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이려면 인접 광역단체가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말고 생활과 지역, 경제권 단위로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더 나아가 여건이 된다면 대구와 경북이 포함된 영남권 통합을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통합 대상이 행정구역에만 국한되는지 아니면 경제까지 포함되는지 등 세부적인 것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각 광역단체장들은 원칙적으로 공감의 뜻을 밝혔다. 다만 부울경과 정서상 차이가 있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TK(대구·경북) 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당연히 이런 논의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다면 성사가 불가능한 일이다. 또 동의를 얻었더라도 당초 취지대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지도 확신하기 힘들다. 부울경으로 범위를 좁혀도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각자의 행정구역 아래에서 자생한지가 오래 된 데다 그 세월 만큼 연대 의식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남강물 공급을 두고 부산과 경남이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게다가 만에 하나 통합 제안에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그러나 비수도권의 생존권 확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부울경 통합은 다뤄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안이다. 누구나 인정하다시피 지금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경쟁이 불가능하다. 수도권에는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린 데다 기반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다. 비수도권이 볼 때는 ‘넘지 못할 산’이다. 정부가 늘 국토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으나 그것마저도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축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도움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부울경의 현재 인구는 800여만 명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친 수도권에 비할 수는 없으나 그나마 이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부울경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도권처럼 촘촘한 광역교통망이 구축되고 경제권이 하나로 묶인다면 부울경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다.
물론 부울경 통합 건은 의견 제안 수준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며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큰 결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쇠퇴하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길이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광역자치단체 구성원 간 심도 있는 논의와 이를 통한 합일점 도출을 기대해 본다.
세종본부장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