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명작이 된 습작

  • 이은화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0-08-04 19:57:3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습작 없이 탄생한 작품이 있을까. 명작은 수많은 습작의 최종 결과물이다. 화가에게 습작은 힘을 뺀 그림이다. 연습 그림이기에 자유분방하지만,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존 컨스터블이 그린 이 나무 그림은 습작인데도 웬만한 작품보다 완성도가 더 뛰어나다. 사진처럼 정교한 사실적인 묘사, 과감한 구도와 깊은 색채 등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 같다. 그는 어떻게 습작마저도 작품처럼 그렸던 걸까?

   
존 컨스터블, 느릅나무 몸통 습작, 1821년경.
컨스터블은 유년 시절 살던 영국 서퍽 지역의 풍경화로 유명하다. 동시대 화가들이 웅장한 역사화나 신화를 주제로 그릴 때, 그는 집 주변 풍경을 담았다. 기념할 만한 위대한 건축물도 빼어난 절경도 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시골 풍경이었다. 그는 이상화된 풍경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대상의 진실된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이 그림의 모델 또한 그가 런던 북부 햄스테드에 살던 시절, 늘 지나다니며 봤던 집 근처 들판의 느릅나무다. 화가들은 보통 습작할 때 연필이나 펜, 수채화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그림 주제나 구도, 색상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유화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그림은 습작인데도 유화로 제작됐다. 마무리 단계에서 사용할 기술과 도구를 스케치 단계에서 쓴 것이다. 여느 풍경화가들처럼 그 역시 야외에서 습작한 뒤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에 옮겨 그렸는데, 습작마저도 본 작업처럼 정성을 쏟은 건 자연에서 관찰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작업실에서도 단절 없이 지속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숭고한 자연의 색과 육중하고 투박한 나무 표면의 촉각까지 생생하게 표현하려면 흑백의 연필이나 경쾌한 수채화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의 복합성’을 표현하기 위해 ‘천 가지 녹색’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에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녹색이 쓰였다.

눈에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는 빛과 바람, 눈과 비를 맞으며 한자리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한다. 아침의 나무가 오후의 나무와 같을 리 없다. 가까이서 오래 관찰하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자연의 진실된 모습이다.

   
“풍경화가는 겸손한 마음으로 들판을 걸어야 합니다. 오만한 자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운 본성을 보는 것이 절대 허락되지 않습니다.” 평생 자신이 사는 곳의 풍경을 사랑하고 그렸던 컨스터블이 한 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걷고 관찰하고 습작했을까. 명작이 된 이 습작은 화가의 겸손한 태도와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의 나무 그림을 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외쳤다고 한다. “이건 그림이 아니라 영감(靈感)이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