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만 본다면, 지난 10여 년간 경기도 이천은 발전한 게 전혀 없다. 2008년 40명이 사망한 물류창고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12년 흐른 지난 4월 또다시 물류창고에서 38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이천만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안전사가 제자리걸음이다. 대검찰청 범죄통계 분석에 따르면, 2007~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재범률은 97%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하루 평균 6명 꼴인 2020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률 1위다. 가장 큰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산업안전에 드는 비용보다 벌금 등 처벌비용이 훨씬 적어 기업이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얘기다.
국제신문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산지역 법원이 처리한 81건의 산안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81건의 재판에서 법정에 선 법인·자연인 등 피고인 203명 중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한 명도 없다. 특히 법인에 대한 처벌은 벌금뿐인 데다, 그 액수마저 미미하다. 산재사망사고로 유죄 선고를 받은 53개 기업의 평균 벌금은 567만 원에 불과하다. 사람의 목숨값이 소나 소형 승용차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권, 인권을 거론하는 건 위선이다.
산재 유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는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올해부터 벌금 상한선이 1억 원 이하에서 10억 원 이하로 바뀐 산안법이 시행됐지만, 벌금의 하한선이 설정돼 있지 않아 종전 같은 솜방망이 처벌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10분의 1 이내에서 벌금을 중과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영국은 2008년부터 벌금 상한선을 없앤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시행 중이다. 그 결과 1997년 274명에 달했던 산재사망자가 2017년 144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더는 허점 투성이 법망 속에 생때같은 목숨이 스러져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방치는 ‘기업살인’에 대한 묵인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임기 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입법으로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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