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구조적 대전환기의 한일 관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라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하였다. 이 학술회의에서 ‘총, 균, 쇠’라는 책의 저자로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재러드 다이아몬드(J. Diamond) 교수의 기조연설을 들었다.
국제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 서재에서 그는 연설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새로운 현실의 모습이라 묘하게 받아들여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여러 분석을 얘기하는 가운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기한 것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기후위기가 생소한 개념도 아니고, 지구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야 요즘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바다. 지구 전체를 볼 것도 없이 올여름만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의 잇따른 홍수 그리고 한국에서 빈발하는 집중호우 사태가 이상기후의 재난이다. 북극과 동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상이변인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힐 것으로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보다 훨씬 더 심각한 우리 시대의 도전으로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후위기를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전문가는 제2차 대유행을 예고한 바 있다. 그리고 백신과 치료약의 개발로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해서 인류의 재앙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기후위기 사이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본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이 기후변화, 생태 서식지 파괴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구 생태계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20세기 자본주의 문명의 급속한 개발에 따른 여파로 동물과 생태계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건너오는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더 많은 팬데믹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바이러스를 아무리 퇴치해도 자연생태계의 파괴에 따른 기후위기라는 더욱 거대한 인류 재난을 다루지 않으면,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 말할 것 없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한창 진행중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100년에 한 번 나올 보건 위기”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평가대로, 각국은 전대미문의 신종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 그 대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실로 가공할 정도여서 1920년대 세계 대공황에 비견될 만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이미 전 세계적 모범이 되었고, 최근 발표된 제2분기 경제성장률 성적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과 정부 역량이 성공요인으로 작용하였지만,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범이 되기에 족할 정도의 협력정신을 발휘했기에 이는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요즘 여러 사람이 한국이 이제 선진국이 되지 않았느냐, 이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될 만한 자격을 여러 분야에서 갖추고 있다. 선진국은 앞서가는 나라,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고 싶은 나라일 텐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모범적이었다면 이제 기후위기라는 더 근본적인 인류 공동의 재난에 기여하는 나라여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으리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중순에 ‘한국판 그린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비상경제대책회의 일환으로 한국판 그린 뉴딜을 발표한 것은 국가 지도자의 의지와 비전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면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세계사적 흐름을 앞서가는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이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이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며, 우리의 미래 국가전략이란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은 기후위기 대응의 절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기후위기 대응이 감염병을 막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유럽의 여러 선진국은 이미 그린 뉴딜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일자리 창출 등의 과제는 한국이 보유한 출중한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뉴딜을 통해 목표에 접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2050년 탄소 제로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한국도 탄소의존사회에서 저탄소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 그린 뉴딜의 핵심이 탄소 의존을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석탄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이미 미세먼지 문제에 국가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가동해왔다. 이 기구는 미세먼지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그린 뉴딜로 나아갈 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대와 협력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때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의 화상 정상회담 때마다 그가 내세운 말이었다. 한국만 살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연대와 협력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 바이러스 방역도 하고 경제 위기도 돌파하자는 비전이었던 셈이다. 이는 또한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다.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