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어제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이라고 했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이 전날 겪은 원피스 논란을 의식한 듯하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류 의원 복장을 두고 하루 뒤인 5일 빚어진 갑론을박이 마뜩잖았던 모양이다. “원피스는 직장인이 사랑하는 출근룩이다.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는 심 대표 말에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엔 류 의원 기사가 넘쳐났고, 그가 입었던 원피스가 품절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류 의원은 1992년생으로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 청바지나 반바지, 정장까지 직장인 국회에서 일하기 알맞은 옷을 골라 입어왔을 터. 유독 처음 입은 원피스에 관심이 쏠린 이유가 이른바 ‘TPO’(시간·장소·상황)에 걸맞은 것이냐가 아니라 성희롱이나 여성혐오로 얼룩졌다는 점이 문제다. 무릎이 드러난 분홍색 계열 원피스 차림을 두고 ‘본회의장에 술값 받으러 왔냐’ ‘룸살롱 새끼 마담’ 등 입에 담기도 거북한 비하성 발언이 줄을 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진영 싸움의 빌미가 됐건, 관음증의 표적이 됐건 뒤틀리고 왜곡된 정도가 지나쳤다.
당연히 역풍이 불었다. ‘민주주의, 개혁, 이런 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이 맞냐’ ‘일-민 동맹, 전국의 수컷들이여 단결하라’ ‘국회복이 따로 있냐’‘아, 쉰내 나’ 등이 그 예다.
창졸간에 소환된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2003년 재보선에서 당선된 그는 흰색 바지와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다가 ‘품위 유지’라는 관행의 벽에 부딪혔다. 17년 만에 재론된 관행이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유 이사장은 논란 끝에 정장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다시 섰으나 류 의원은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당당히 말했다.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은 이유도 확인됐다. 지난 3일 열린 청년 의원 연구단체인 ‘2040청년다방’ 포럼에서 입었던 옷이며, 이 옷을 본회의 참석할 때도 입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 그는 약속을 지키는, 양복 입고 삿대질하는 관행을 고쳐보려는 새로운 의원상을 만들고 싶었던 셈이다. 21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 연령은 54.9세이며 남성이 81%인 242명, 여성이 19%인 57명이다. ‘여성 초선 청년 진보…’ 이런 가치를 ‘분홍 원피스’라는 말초적인 상징으로 소비할 순 없다.
류 의원은 어제 청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출근했다. 옷차림이 아니라 일하는 모습을 봐달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