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길어지는 올 장마가 한반도에 역대급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 주말엔 400~500㎜의 폭우가 경남 하동 창녕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쏟아져 산과 제방이 무너지고 집이 물에 잠겼다. 재난대책본부가 집계한 피해 현황을 보면 9일 현재 사망 또는 실종 인원은 50명에 이른다. 78명이 희생된 2011년 이후 최악의 물난리다. 이재민만 전국에 6000명, 침수된 농경지는 1만㏊ 가깝다. 주택 교량 도로 등의 붕괴로 인한 재산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때늦은 통탄은 이번에도 어김없다.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3명이 희생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엔 춘천 의암호에서 댐 수문이 열린 상태로 인공수초 제거작업을 하던 공무원 등이 사망했다. 산사태로 인한 주택 매몰로 일가족이 변을 당하고 집에 들이치는 빗물을 피하려던 어린이가 물살에 휩쓸렸다는 소식에는 참담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제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 장마에 비가 안 오거나 장마가 아닌데 비가 쏟아지는 일은 더이상 이변 축에도 못 낀다. 하지만 배수관로 등 도시의 기반시설은 이런 급격한 기후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부산의 하수관 용량은 과거엔 10년 빈도였고, 최근에 다소 상향됐다 해도 30년 빈도가 최대치라고 한다. 이번 장마기간에 쏟아진 물 폭탄은 이 정도 규모로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현재 상태에선 큰 비가 오면 똑같은 피해가 또 날 수밖에 없다. 하수관로나 배수펌프장의 용량, 낙동강 수영강 온천천 등 도심 주요 하천의 제방 높이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
당초 지난달 30일 끝날 예정이라던 부울경 장마는 종료 기미가 없다. 부산 경남 일대가 집중 영향권인 5호 태풍 ‘장미’마저 북상 중이다. 아직 수해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긴장감은 더 높다. 기상청은 고액의 기상장비를 들여놓고도 예보가 번번이 엇나간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더 철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비상한 상황이 일상화됐는데도 대처가 종전 수준이라면 재난을 오히려 키우는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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