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는다. 그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진리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부터 이 당연한 진실을 인지하고도 회피하려고 노력해왔다. 과거의 사람들도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해왔고, 현재의 사람들도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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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서상균 |
왜 사람들은 늙고 싶지 않은 걸까? 질문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늙고 싶지 않은 것인지, 늙어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죽고 싶지 않은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야 더 유용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기가 가진 지식과 지혜를 남겨서 남에게 또는 뒤 세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나눔의 의지를 통해서 후손이 더 잘 먹을 수 있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우리는 과거보다 매우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물질적 풍요로움은 정서적 갈등과 차별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는 사람이 가진 매우 강력한 무기였던 ‘다른 사람과 무엇이든지 나누고자 했던 의지’를 더 약하게 만들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고, 또 남이 가진 것을 얻고, 그렇게 서로 서로 나누면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을 고쳐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가?
의학에서도 경험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손쉽게 의학 정보를 모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즉, 의학적 경험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지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의사들은 수없이 서로 간에 논쟁하며 그 과정을 기록해 그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모든 의사가 그것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훌륭한 경험, 즉 의학적 지혜가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런 노력 속에서 의학은 늙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적어도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투명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어야 그 생명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늙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의 의지와 정신이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달라져야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 부모가 만들어 준 스펙이 없으면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 뉴스가 되는 세상. 이런 세상은 누가 원했고 누가 만들었을까? 의사이자 교수로서 의학적 지식은 다른 분야의 사람보다 많겠지만,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느끼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온도와 기후도 시시각각 변해가고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서 변해가는 세상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동체 안에서라면 우리의 나눔 의지는 변하지 않고, 우리 마음은 늙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에게 현재의 풍요로움을 주었듯이, 우리의 힘으로 약해진 나의을 의지를 회복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