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전남 순천만에서 지역주민과 습지보전을 주제로한 ‘한·일습지포럼’이 있었다. 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차에 한국습지NGO네트워크의 큰 배려와 도움으로 3일간 많은 공부를 했다. 진취적이면서 열정과 노련함까지 갖춘 순천시 관계 공무원들, 한·일 양국 습지보존 시민단체들 그리고 민간 연구조사자들이 발표에 나섰다.
발표 뒤 활발한 질의응답과 진지한 토론 시간이 이어져 집중도가 높은 행사였다. 특히 발표 가운데 지역주민의 참여와 습지 보전 혜택 공유 내용은 큰 도움이 됐다. 일정을 끝내고 순천시 서면 청소리에서 발원해 순천만으로 흐르는 동천과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동천 하구를 본 것도 혜택이었다. 동천 하구 람사르습지 등록은 많은 순천 시민과 시민단체 구성원이 꾸준히 공청회·설명회를 지속한 이해와 협력 바탕에서 이룬 것이다.
그리고 순천시가 담당자를 6, 7년간 연속해서 근무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게 하고, 능력 있는 베테랑 공무원이 되게끔 한 것도 주효했던 것 같다. 습지는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닌 물과 땅의 중간지대로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이다. 습지보전법에서는 담수, 기수, 해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은 지역이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자 자원 보고다. 특히 습지에 사는 식물은 질소와 인 같은 영양물질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물을 정화시키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할 것이다.
부산의 최중심 도심지인 서면을 관통하는 동천은 전체 길이가 약 10㎞로 중상류 구간 약 7㎞는 복개한 지하 박스로 이뤄져 있고 흐르는 물이 거의 없는 건천 구간이다. 나머지 약 3㎞ 구간의 하류는 복개되지 않았지만, 역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기수 지역이다. 습지에 대한 꿈을 아예 꿀 수가 없는 동천에서는 비가 오면 많은 오염물 등이 기수지역으로 내려온다. 다량의 해수와 약간의 담수로 이뤄진 동천의 기수지역은 조수 간만차에도 해수만 이동하는 ‘비중의 특성’과 바닥의 퇴적물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밀도의 특성’이 있다.
동천 하류는 차단·분리가 철저하지 못해 스며든 오폐수, 비점오염물질이 바닥에 쌓인 퇴적오염물이 해수와 섞여 악취가 발생한다. 감조(減潮)구간인 동천에서는 해수만 이동하는 특성에 따라 바닥에 쌓인 오염물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제거하려면, 수량과 유속 문제와 밀도 차이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비점오염물과 퇴적오염물이 섞여 발생하는 악취의 제거는 희석 방법이 아니라 밀도 차에 따른 농도의 방법이 알맞을 것이다.
우리 생명을 유지해주는 여러 기관 중 항상 움직이면서 늘 물과 산소가 풍부한 심장에서만은 암 발생이 없다. 건강한 동천이 되기 위해서는 상류부터 늘 흘러내리는 맑고 풍부한 양의 담수를 확보해야 한다. 순천 시민과 공무원, 시민단체는 합심해 생태학적·수문학적·경제적·경관적 가치·문화적 가치를 지닌 동천 하구 람사르습지를 만든 훌륭한 일을 했다. 부산도 숨 쉬는 동천, 가치 있는 동천이 되게 무척 애를 썼다. 부산시는 동천 생태하천 복원 수질 개선 사업을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진행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천은 이미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어야 할 상태인데, 아쉽게 지금까지도 심한 악취에 숨을 헐떡이면서 험악한 몰골을 하고 있다. 부산은 올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됐다. 엄광산 백양산 황령산에 둘러싸인 동천이 세계 곳곳에 가치를 뽐낼 때가 차츰 다가온 것 같다.
백양산의 동천 발원지 표지석에서 시작한 동천 물길은 부산 정중앙 표지석과 부산시민공원을 지나 동서고가도 아래 서면 광무교 벽천폭포까지 아슬하게 이어진다.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미55보급창을 가로질러 북항 바다와 만난다. 더 늦기 전에 숨 쉬는 동천이 되고 가치 있는 동천이 되려면 부전천, 전포천, 호계천과 함께 나란히 많은 물이 넘쳐 흘러야 한다.
부산 시민에게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 숨쉬는 하천이 필요하다. 가치 있는 동천이 필요하다. 동천에 관심이 많은 시민, 동천에 애착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 동천에 대한 열정을 가진 시민단체 모두가 합심하면서 늘 소통하는 유기적인 관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숨쉬는 동천 대표·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