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닷가, 푸른 숲,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을 찾고 싶지만 코로나 파장으로 어느 곳 하나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 이럴 땐 집에서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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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창의 명승지 수승대 계곡 전경. 청량한 음악이 흐르는 듯한 풍경이다. |
무더운 요즘 듣기 좋은 음악 몇 곡을 골라 봤다. 음악을 감상할 땐 음악을 들여다보려 하지 말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말자. 그냥 가슴에 와 닿는대로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하게 다가가 보자.
베토벤의 교향곡6번 ‘전원’은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곡이다. 베토벤이 평생 사랑한 빈 교외의 하일리켄 슈타트 숲을 산책하면서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여겨진다. 곡의 선율에는 시냇물의 재잘거림, 새가 지저귀는 소리, 천둥 소리 등 자연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추천 음반으로는 카를 뵘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첼리 비다케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템포나 음질 면에서 훌륭하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드보르작이 미국에서 고향인 보헤미아를 그리며 작곡한 음악 편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곡의 2악장에는 고향을 그리는 드보르작의 애잔한 심정이 구구절절 나타나 있는데 ‘꿈속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메마른 도시 한복판에서 이 음악을 듣노라면 순박하고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추천 음반은 바츨라프 노이만이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다. 연주가 훌륭하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는 4악장인 주제와 변주가 널리 사랑받는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곡 송어’의 선율이 4장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악장과 3악장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너무나 아름답다. 조용한 자연의 신선한 느낌과 맑음으로 가득차 있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피아노와 클리블랜드 현악 4중주단의 연주를 추천한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의 1악장은 비온 뒤 맑게 갠 아침 화원을 떠올리게 하는 상큼한 곡이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보인다. 독일 시인 하네카는 이 곡을 ‘아침의 녹턴’이라 했다.
18세기 바로크 작곡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도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곡이다. 특히 2악장 느린 선율이 아름다우며 오보에와 함께 저변에 깔리는 쳄발로의 영롱한 소리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영화 ‘미션’에 나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함께 들으면 좋다.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의 플루트 협주곡 e단조는 플루트 곡의 명곡으로 꼽힌다.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아드리앙 부와엘뒤의 하프 협주곡은 하프의 명곡으로 두 곡 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한 휴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필하모니 대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