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는 연일 기록을 깨고 있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된 올 장마 기간은 사상 처음으로 50일을 훌쩍 넘어선 데다 강우 양도 기록적이다. 전국 곳곳은 엄청난 수해 피해를 입고 있다. 수해 현장에는 어김없이 정치권 인사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이른바 ‘수해 정치’ 현장이다.
정치적인 액션과 이미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국민적 고통 현장에 모습을 보이는 것을 무조건 탓 할 수만은 없다.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순간순간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피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과 함께한 고통이 정치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소박한 바람을 저버릴 수 없지 않은가.
문제는 재난 현장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고난을 감수하는 ‘높으신 양반’의 진정성이다. 국민은 그 진정성을 동물적 감각으로 제대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요즘 정치인들은 ‘수해 정치’를 하기가 고단한 편이다. 민생 현장을 찾아 정치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자칫 연출로 비춰져 역풍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현장을 찾아 국민에게 보고한다는 형태로 날린 인증 샷이 우스꽝스러운 쇼로 변질돼 국민은 허탈한 웃음을 날리기 일쑤다. 급기야 일부 정당에서는 ‘인증 샷 자제령’까지 발동했다고 한다.
수해 지역을 찾은 여야 정치권의 엇갈린 행보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수해 피해 현장을 먼저 찾자, 민주당도 뒤늦게 대대적인 현장 봉사활동을 벌이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민주당이 텃밭에서 야당보다 한발 늦게 민생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대수냐 싶다. 수해 현장의 정치권 봉사활동이 복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SNS를 통해 펼친 각당 ‘수해 정치’의 명암도 엇갈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는 사진을 첨부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심 대표의 옷과 장화 등이 너무 깨끗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아마 봉사활동 시작 전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통합당 태영호, 김미애 의원 등은 수해 현장에서 진흙으로 범벅이 된 옷차림을 공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수해 정치’ 파동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권 인사들의 보여주기 식 행보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는 것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