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부산의 상반기 수출 실적이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2010년 기준 58억237만 달러에서 올해는 55억2212만 달러로 내려앉은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전국 17개 시도의 수출 실적이 모두 줄었지만, 문제는 부산의 경우 낙폭이 크다는 데 있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대미 자동차 수출은 단 1달러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하니 주력산업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의 수출 감소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은 주력 품목의 부진 탓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산의 산업구조가 개편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수출 성적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도 발 빠르게 변성완 시장권한대행 주재로 ‘부산형 뉴딜사업 추진 구상 회의’를 가졌다. 조만간 부산형 뉴딜사업의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이에 필자는 정부의 그린뉴딜 전략의 중점 분야 중 하나인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부산 경제의 레벨업을 위한 부산형 뉴딜사업과 연계해 지역 산업구조와 산업 품목 다각화라는 관점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산업 분야 다각화를 위한 탄화규소(SiC) 파워반도체 산업 육성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기장군에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준공했고, 현재 부산테크노파크가 운영을 맡아 6인치 웨이퍼 가공 서비스를 하고 있다. 6인치 웨이퍼 가공 서비스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가 수도권에 대형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동남권에는 부산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제외하고는 기반 시설이 전무하다.
앞으로 SiC 파워반도체는 전기자동차, IT(정보통신기술), 가전, 그린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알다시피 반도체 산업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돈이 된다면 국내 유수의 기업이 설비 증설을 할 것이다. 그러한 기업들을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하도록 지원하면 부산은 분명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설계, 제품기술, 공정기술, 설비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정주하게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산업의 국가연구시설 지정 추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3N’ 기능 가운데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국가연구시설(N-Facility)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가 제조 분야 품목을 다각화하기 위한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다. 물 산업은 흔히 가정과 공장에 안전한 식수와 산업 용수를 공급하는 환경산업으로 정의하지만, 필자는 제조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다. 물 산업은 크게 시공산업, 운영산업, 소재 및 시스템산업으로 범위를 분류할 수 있고 운영·건설·제조의 각 부문은 상호 긴밀히 연계되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코드(KSIC)에 따르면 물 산업 관련 품목은 81개이고 이 중 40개 정도가 제조기반이다.
비록 부산에는 관련 산업 비중이 낮지만, 물 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통해 부산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은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대구의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에 모자라지 않는 클러스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참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활용한 공업용수 공급으로, 반도체산업과 물 산업 클러스터를, 주력산업에 기반한 제조업이 위치한 서부산에 이어 동부산 권역에도 조성하면 어떨까.
부산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