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일로이던 올해 3월 SNS에 ‘코로나19 진료비 영수증’ 사진이 화제가 됐다. 19일간 진료 끝에 완치된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 낸 비용이 고작 4만 원이라며 공개한 영수증이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80%, 정부·지자체가 20%를 부담해 환자는 소모품 비용 4만 원만 냈을 뿐 실제 진료비는 0원이었고,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1인당 약 4300만 원을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세계에 ‘보건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사례로 언급됐다.

이처럼 K-방역의 중심에는 건강보험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까지 코로나19 검사비와 치료비의 80%(1143억 원)를 지원하고, 대구를 포함한 특별재난지역과 전국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1인당 약 9만 원(모두 9115억 원)의 보험료 부담을 낮췄다. 24조7000억 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 및 조기 지급을 시행해 요양기관의 안정된 운영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 국가로 우뚝 선 세 가지 요인은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의료비 걱정 없이 즉시 검사·치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건강보험제도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앞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의료 활동을 뒷받침하고 막대한 진료비를 부담하며, 생계가 어려운 가입자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그간 적립된 준비금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정치, 경제 및 보건의료 분야 대변혁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우리도 다각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위기의 파도가 높을수록 취약계층과 국민을 보호하는 방파제가 되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 방안이 우선돼야 하는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와 보험료율 인상이다.

건강보험료 국고지원금은 법적으로 건강보험료 수입의 20%(국고 지원 14%, 건강증진기금 6%)이지만, 현재는 14%에 불과하다.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네덜란드가 55%, 일본 38.8%, 대만 22.9%에 이른다. 정부가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한 점을 생각한다면, 국고지원율을 15%로 확대해도 보험료 인상률이 3% 이하 시 2023년 준비금을 10조 원 이상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적인 운영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어 국고 지원 확대는 꼭 필요하다.

다음은 건강보험료율 인상이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율은 6.67%로 OECD 국가 중 독일 14.6%, 일본 10% 등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해도) 낮은 편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그 부담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때 2023년까지 보험료 인상률을 평균 3.2% 수준에서 관리하고, 2023년 이후에도 준비금 10조 원 이상을 유지하는 재정운영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건강보험료 수입 감소 여파가 2023년까지 이어져 애초 계획보다 5조1000억 원 감소가 예상된다. 거기에 새로운 보장성 확대에 8000억 원, 수가 인상에 9000억 원, 노인진료비 증가에 4조2000억 원 등의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2020년 5월 서울대(KBS, 시사인 공동) 등이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건강보험에 대해 ‘신뢰한다’는 의견이 전년도 76.2%에서 올해 87.7%로 향상됐다. 또한 우리나라 수준의 건강보험제도를 누릴 수 있다면 적정 수준의 보험료는 부담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87%로 높았다. 정부와 국민이 재정 분담을 통해 미래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든든한 기둥이 바위처럼 버티면 세상은 바른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지주반정(砥柱反正)의 자세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건강보험제도가 사회안전망의 기둥으로써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