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한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린 스마트스쿨’ 현장을 방문, 일선 학교의 온·오프라인 융합교육 전환 상황 등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자리였다. 많은 대통령 참석 행사 중 하나로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었지만 관심을 모은 이유는 그 날 주최 측 교사와 문 대통령 사이에 오간 짧은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당시 해당 수학교사는 “복잡한 식의 함수를 사용하면 미래의 일이 예측 가능하다”며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제일 현안인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응답한 내용이 부각돼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물론 농담 삼아 한 얘기겠지만, 은연 중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으니 언론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최근 부동산 실정으로 호되게 여론의 뭇매를 맞은 터다. 수학 함수가 아니라도 온통 안갯속인 부동산의 미래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그게 뭐든 기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민심 수습책으로 청와대 참모를 대폭 교체했다. 이와 함께 23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내놨지만, 이 또한 성공적인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실시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초조함을 배가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8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거대 여당을 밀어준 민심이 돌아서는 데 불과 넉 달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법하다. 이 넉 달 사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지율 역전의 주요인은 악화된 부동산 민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물론 8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 다시 민주당이 통합당을 앞섰으나, 이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분석이 많다. 다시 지지율이 뒤바뀌는 건 시간 문제다.
당장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주 한 방송사가 개최한 ‘당 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선 당 지지율 하락이 화두가 됐다. 이날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의 그간 행보를 반성하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낙연 후보는 “국민 여러분의 민주당에 대한 답답함과 실망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당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후보 또한 “따가운 민심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제가 봐도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저 당(통합당)이 너무 사고를 안 친다. 이번에 던진 10개 정책을 보니 저희들이 긴장해야겠더라”고 밝혔다. 박주민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리 측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있었다”며 “우리가 보다 더 혁신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세 후보의 말들이 대체로 일치하니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없지 싶다. 그러면서 세 후보는 모두 당 대표가 되면 “유능하고 겸손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상적인 해법이긴 해도 역으로 말하면 그간 민주당이 무능하고 오만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이는 통합당이 그간 민주당을 향해 쏟아 붓던 비판의 핵심이다. 물론 통합당의 이런 비판이 지나치게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침소봉대한 측면이 없진 않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일 뿐 결국 당 대표 후보 모두 이를 인정할 만큼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기도 하다.
특히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통합당이 너무 사고를 안 친다’고 한 대목을 주목한다. 그간 여당 지지율의 고공 행진이 상당 부분 통합당의 자책골에 힘입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더는 ‘야당 복’에 기대선 안 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올바른 분석이고 반성이긴 하지만, 과연 당 구성원들이 그의 말처럼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통합당 김 위원장의 정책에 긴장해야겠다는 김 후보 말과는 달리 여전히 야당 깎아내리기에만 골몰해서다. 최근 김 위원장의 ‘광주 5·18 묘지 무릎 사죄’를 두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비판을 한 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진심이 뭐든, 뒤늦게라도 광주를 찾아 사과한 것까지 비난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이런 비판은 호남에서마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여당의 위기감을 드러낼 뿐이다. 유능하고 겸손한 정당을 만들겠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과거 통합당의 발목잡기식 구태를 따라할 게 아니라 세심한 정책과 대안으로 민심을 다시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그간 누적돼온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인 계기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반성에서 정확한 대안이 나온다. 새 지도부를 꾸린 당이 확 바뀌지 않고 또 야당 복에만 기댄다면 ‘부동산의 미래’처럼 당의 미래도 안갯속을 헤맬지 모른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