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영산대에서 ‘뉴노멀 시대와 국악’에 관한 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거리 두기로 띄어 앉은 소수 참석자와 실시간 생중계를 보는 다수의 온라인 접속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했다. 뉴노멀은 ‘새로운 표준’이라는 뜻으로 본래 경제용어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변화되고 보편화된 사회문화적 표준적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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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전통문화의 고갱이를 잘 간직한 농악. 문화재청 제공 |
예술계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나마 좌석 간 거리두기로 공연을 하던 극장이 또다시 폐쇄되고 예정된 공연은 취소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관객 없는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가 보편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방법이 공연예술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대신할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과거 전통음악에서도 이와 같은 ‘뉴노멀 시대의 도래’가 있었나 잠시 생각해본다. 일제강점기에는 모던걸 또는 모단(毛斷)걸로 불린 단발머리에 서구식 의상을 입은 신여성,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의 인기를 시작으로 대중음악 발달, 라디오 방송국과 유성기 음반 보급에 따른 명인 명창 등장이 눈에 띄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1978년 창단한 김덕수패 사물놀이는 야외에서 연주되던 다양한 연희형태의 농악을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가지 구성만으로 줄이고 농악의 핵심 음악 대목만을 재구성해 무대예술로 발전시킨 사물놀이를 처음 발표했다. 사물놀이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악 저변 확대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사물놀이의 모태가 된 농악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농악은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이 널리 즐긴 전통예술로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전국 각지에서 전승되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때도 농악이 쓰였고, 정월대보름이나 정초의 마을 행사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늘 농악이 다양한 역할을 하며 발전해왔다. 상모를 돌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동네를 돌며 흥을 돋우고 춤, 노래, 연주로 판을 펼치는 농악은 우리 민족 공동체의식과 신명을 담은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뉴노멀 시대를 구분 짓는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인 것 같다. 전통사회에서 ‘함께’는 지극히 중요한 일상이자 생활이었지만, 지금은 집합금지명령으로 단체활동이 전면 금지되고, 모든 업무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심사에서 가장 점수를 많이 받은 이유가 눈에 띈다. 사라져가는 문화가 아닌 오랜 세월 전승되며 지금도 한국의 멋과 흥을 담은 공동체 의식의 상징이자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이었다. 현대사회에도 공동체 가치는 이렇게 강조되지만, 우리 삶은 갈수록 공동체와 멀어지는 느낌이다. ‘함께’가 추억이 되는 뉴노멀 시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