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캐치볼을 하러 갔다 /김언

  • 김언 시인
  •  |   입력 : 2020-08-26 18:54:57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랜만에 캐치볼을 한다. 물론 혼자서는 아니다. 두 사람이 캐치볼을 한다. 한 사람은 오십 대 초반. 다니던 회사 사정으로 두 달째 무급휴직 중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무급휴직 상태로 대기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사람은 사십 대 후반. 평생 정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변변한 직장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장담할 수가 없는 삶이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내일 당장 일거리가 끊어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삶.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다 막막한 상태에서 캐치볼을 하러 나왔다. 교외의 한 공터다. 재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잠깐 놀려놓고 있는 땅. 오늘은 여기서 캐치볼을 한다. 어찌 보면 팔자가 좋아 보인다. 아득바득 시간을 쪼개가며 무슨 일이라도 벌여야 할 판에 한가롭게 교외로 나가 캐치볼이나 하고 있으니.

마음은 막막한데 몸은 또 근질근질하다.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은 탓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몸이라도 움직이자. 몸이라도 움직일 요량으로 챙겨온 야구공과 야구 글러브. 모두 무급휴직 중인 사람이 챙겨온 것이다.

평소 야구 관람하는 걸 즐기는 그는 한때 사회인 야구팀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직접 공을 만지지 못하면 야구장에 가서 ‘직관’이라도 해야 하는데, 역병이 도는 이 시절에는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TV로라도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평소 운동이라곤 걷기와 숨쉬기 말고는 전무하다시피 한 프리랜서는 역병 때문에 일거리가 확 줄었다. 집에서 가만히 숨 쉬고 앉아 있는 것도, 어쩌다 공원을 산책하는 일도 지겨워질 때쯤 오래간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와 이렇게 몸이라도 움직여볼 요량으로 캐치볼을 하러 나왔다.

캐치볼은 단순한 운동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글러브가 있는 왼손으로 공을 받으면 된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기는 하다. 공을 던지기 전에 상대방이 이쪽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그래야 안전하게 공이 오갈 수 있으니까.

잘못 맞으면 뼈에 금이 갈 수도 있는 공이지만, 잘만 받으면 글러브에 착 감기는 맛이 다른 어떤 공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쾌감을 주는 공. 포구 지점을 향해서 제대로 던지는 것도 캐치볼의 제맛이지만, 제대로 받아낼 때 글러브와 공이 순간 접착하듯이 딱 맞아떨어지는 촉감도 캐치볼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무언가 내 손에서 빠져나간 것이 다시 내 손으로 들어와 안착하는 듯한 느낌. 이 느낌이 좋아서 빈터에 나온 두 사람은 조금씩 거리를 멀리하며 공을 주고받는다.

멀어질수록 둘 사이의 대화는 짧아지고 드물어지고 희미해져 간다. 대신 상대를 향해 공을 던질 때의 감각과 날아온 공을 받을 때의 감각과 그리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갔다가 되돌아오는 공의 궤적만 남아서 둘 사이를 채운다.

하기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말하자니 푸념밖에 안 나오고 푸념 아니면 한숨밖에 안 나와서 골방에서 담배나 피울 사람이 새삼 밖에 나와서까지 한숨과 푸념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 몸에서 나가는 것은 공 하나로 충분하고, 다시 들어오는 것 역시 공 하나면 충분하다. 글러브에서 손바닥을 거쳐 곧장 머릿속까지 전해지는 공 하나의 짜릿한 촉감에 만족할 때, 나의 시선은 허공에서 궤적을 그리는 야구공에 집중하는 것으로 또 충분하다.

아무래도 그는 다른 생각을 잊자고 나온 것 같다. 오늘은 공 하나만 신경 쓰자고 나온 사람 같다. 그가 한창 무급휴직의 터널을 지나는 사람이라 해도 좋고, 간신히 오늘만 살고 있는 프리랜서라고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손에서 공 하나가 떠났다는 사실이다. 또 잠시 후 멀리서 돌아오는 공 하나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숨이나 푸념 대신 내보낸 그 공이 이제 내 손에 안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이왕이면 짜릿하게 들어오기를 바라며, 조금 더 몸을 움직인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7. 7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8. 8“美·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위한 단계적 합의 모색”
  9. 9시진핑 "美 동물원에 '우호의 사절' 판다 두 마리 보낼 것"
  10. 10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1. 1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4. 4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5. 5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6. 6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7. 7[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8. 8“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9. 9[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10. 10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4. 4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5. 5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8. 8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9. 9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0. 10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4. 4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5. 5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6. 6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7. 7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8. 8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9. 9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10. 10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