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엄청나게 타격을 입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코로나로 한국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고 있어서다. 백신산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발병 이후 세계는 백신 개발 전쟁에 돌입했다. 이를 해결하는 국가는 엄청난 부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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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그런데 한국은 백신 개발 없이도 큰 부를 축적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생산 또한 매우 중요하다. 백신을 생산하려면 미생물을 배양하고 독성을 제거하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규모로 생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감당할 나라가 많지 않다. 한국이 강력한 대안이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백신 생산과 관련해 한국에 협력을 요청한 이유가 여기 있다. 러시아가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을 한국이 만들어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사한 요청이 쇄도해 관련 기업이 계약을 맺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백신생산 강국으로 떠오른다. 이뿐만 아니다. 이에 따라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갖게 된다. 이미 진단 시장에서는 대박이 났다. 코로나를 빠르게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코로나가 한국에 준 선물이다.
또 다른 변화도 나타난다. 한국은 제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약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운영체계 시장으로의 진입은 엄두도 못 냈다.
최근 변화 조짐이 있다. 유망한 한국산 운영체계들이 등장하면서다. 과거에도 한국형 운영체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몇몇 기업이 협력해 만든 바다나 타이젠이라는 모바일 운영체계가 있었다.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구름, 티맥스 그리고 하모니카라는 운영체계가 등장하면서다.
구름은 한글과컴퓨터라는 회사가 만들었는데 시장 진입 속도가 제법 빠르다. 무료이면서 웹서핑이나 오피스 사용, 게임이 가능해서다. 작동방식도 윈도와 비슷하다. 티맥스는 국산 운영체계 중 윈도와 가장 가깝다. 하모니카는 정부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이미 일부 부처에서 쓴다. 이들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쓰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구름은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나오기 어려운 현실에서 퍼지고 있다. 운영체계가 공짜이면서 자체에 내장된 수많은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다. 만일 운영체계에서 한국이 독립을 이루면 이는 엄청난 일이 된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강국이 될 가능성을 열어 줄 뿐만 아니라 이것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한국에 유리한 변화가 또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타기를 꺼리면서, 공유경제의 영향 등으로 줄어들 것 같던 자동차 소유가 오히려 늘어나면서다. 이런 추세 속에 유럽에서는 전기자동차가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차를 억제하다 보니 전기차 수요가 대신 크게 늘어서다. 성장 속도 또한 엄청나다.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와 성장속도는 전기차 수용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여겨진 중국을 압도했다. 한국에 매우 유리한 일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그 혜택은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업체 보호를 위해 한국 업체의 시장확대를 극도로 억제한다. 유럽은 그런 불이익이 없어 기술이 앞선 한국의 배터리 기업에 큰 기회가 된다.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하면 한국은 자동차 배터리 산업에서 글로벌 수준의 확실한 최강자가 될 수 있다.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중소·중견기업도 혜택을 본다. 한국에 알루코라는 회사가 있다. 알루미늄 압출 전문회사로 배터리 팩 하우징을 만든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 모듈, 팩으로 구성되는데 많은 수의 배터리 셀을 묶어 모듈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묶어 팩을 만든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집적화가 높아지면 배터리의 셀이 과열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열 방출을 돕는 물질이 필요하다. 가장 뛰어난 것이 알루미늄이다. 이 회사가 배터리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매출 대박이 난 이유다. 이런 회사가 한국에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의 산업지도를 바꿀 것이다.
코로나로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한국에 유리한 또 다른 변화도 일어난다. 카카오는 독자적인 만화 서비스 플랫폼인 픽코마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는데, 일본 웹툰 시장에서 앱 매출 1위가 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종이 만화책이 대세다. 그런데 코로나가 퍼지자 일본 젊은이들이 웹툰에 눈을 떴다. 이 시장을 카카오가 침투해 성공을 거뒀다.
네이버웹툰도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웹툰 분야 1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글로벌 기준 네이버웹툰의 웹 방문자가 월 6500만 명을 넘었다. 이는 월트 디즈니의 만화책 자회사인 마블 코믹스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곳 못지않은 다양한 콘텐츠가 웹 방식으로 전달되면서 성장세가 대단하다. K드라마, K팝, K영화에 이은 K시리즈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가 재차 기승을 부리자 한국 전체가 다시 우울해졌다. 코로나는 분명 우리 삶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만 보면, 완전히 못된 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의도치 않은 선물도 주고 있다. 한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막막해지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자리 잡은 중공업 중심 제조업이 쇠락하면서다. 한국을 지탱해주던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의외의 기회를 준다. 한국이 기존 산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비록 코로나로 일상이 혼란스럽지만 이것을 극복하고 코로나가 준 선물을 도약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스크 열심히 쓰고 손 소독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자제하는 등 코로나 극복 노력을 하면서 코로나가 준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