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은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Internet will disappear”(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6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며 “10~20년 안에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신유통’이라는 말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체로, 앞으로 인류는 인터넷이 생활 속에 흡수돼 인터넷을 의식하지 못하는 세상, 현재 우리가 하는 전자상거래 이상의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특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비대면(untact) 생활방식을 더욱 재촉한다.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어 온라인쇼핑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1.0%를 기록하는 등 전자상거래 시장에 코로나19는 날개를 더 달아줬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전체 소매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6.5%에서 지난해 13.2%로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다면 2025년에는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미 28.2%로 전자상거래 비중 측면에서 세계 1위다.
전자상거래는 국경을 넘어(Cross-Border), 무역 행위로도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한중 전자상거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한중 전자상거래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항공특송 독점에서 해상특송이 주요한 운송수단으로 등장한 점이다. 항공특송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중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해상특송이 2016년 27.4%를 기록하며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판했다.
전자상거래 이용 화물도 의류 장난감 화장품 등 ‘경박단소’에서 가전제품 가구 레저용품 등 ‘중후장대’ 상품으로 확대된다. 자동차까지 해외직구로 사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기계 등 산업재까지 전자상거래로 거래되지 않을까 싶다.
해상특송의 역할이 커져 전통적 무역이 국제 전자상거래로 대체되는 날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항만도시도 경쟁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선 곳은 인천항이다. 지난해 기준 해상 특송화물은 1027만 건을 처리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 같다. 인천항을 전자상거래 클러스터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인천시, 인천항만공사는 물론 관세청, 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까지 나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인천항 전자상거래 클러스터가 아암물류 2단지 1-1단계에 건립되고 있는가 하면, 관세청은 지난 7월 인천항에 종합보세구 예정지역을 지정해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지원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달 5일 인천항을 전자상거래 특화구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세관 중심으로 운영되는 해상특송장 운영을 국내 항만으로는 처음으로 민간 영역에 개방했다. 해외직구에 이어 역직구와 환적까지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화물 전용 국제물류센터(GDC) 시스템이 모두 구축됐다.
이어 평택항이 추격전에 나섰다. 지난해 해상 특송화물이 150만 건에 그쳤으나, 올해는 1000만 건까지 대폭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4월 이후 평택항이 인천항을 앞질렀다. 6월 기준 인천항이 102만 건인 반면 평택항은 114만 건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5월 해상특송장이 개장한 덕택이다. 그러나 인천항에 비하면 시설과 제도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부산항 상황은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초라하다. 지난해 부산항으로 들어온 전자상거래 화물은 고작 6만 건가량이다. 전자상거래 클러스터는 고사하고, 특송장이 없어 부산항으로 들어와도 결국 인천으로 옮겨 통관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달 중 용당세관이 개장하면 영남과 남부권 특송화물 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만임을 내세우며 고부가가치 항만을 표방하지만, 하역과 보관 등 전통물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부가가치로만 따지자면, 인천항이 알뜰한 것 같다. 특히 GDC, 풀필먼트 센터, O2O, 콜드체인, 온 디맨드(on-demand) 등 미래 물류 관점에서는 인천항이 훨씬 잘 치고 나간다.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과제다. 그러나 에릭 슈미트와 마윈이 말한 ‘새로운 세상’에서 점수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전자상거래 이상(beyond e-commerce)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부산항이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