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be ambitious(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추억이 있을 법한 말이다. 선생님에게서 특히 많이 들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1년 때 영어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줬던 기억이 있다. 40년도 더 된, 먹고살기 힘든 그 시절 야망은 용꿈이었다. 그때는 개천에서 용이 날 길이 더러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고시’ 패스해서 출세할 수는 없는 일. 대신 노력한 만큼 신분이 상승하는 길은 지금보다 많았다. 웬만한 대학에 진학하면 대기업 취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으니까. 중산층의 삶을 보장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마에 패인 주름살 탓일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않았나. 강산이 4번도 더 변한 이제 용꿈은 헛된 꿈 같다. 살아남는 것부터 배우는 게 현명하게 느껴진다. 신자유주의 세상은 정글이기에, 삶은 꿈이 아닌 현실이기에. 꿈을 계속 꾸기에는 주변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청년은 재테크에 눈을 빨리 뜬다. 대출받아 주식 사고,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 그런 청년이 어른 눈에는 못마땅하다. 너무 현실적으로 비친다. 옛날 청년과 비교하면 그런 면이 있다. 예전에는 재테크를 세상 때 묻은 이나, 약삭빠른 이가 하는 것으로 여겼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왜 그럴까.
시절이 변한 것이다. 사회 구조가 그렇다. 청년이 야망을 꿈꾸는 걸 억압한다. 취업은 그 자체가 어렵다. 들어가도 고용은 정년까지 보장되지 않는다. 평생직장이 아니다. 고용이 안정된 공기업과 공무원 입사는 바늘구멍 뚫기만큼 힘들다. 그렇다고 사회안전망이 튼튼한가. 월급 모아서는 어느 세월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파트를 사겠는가. 꿈같은 일이다. 미래가 불안하면 자기 살길은 알아서 챙겨야 한다. 이때 재테크는 물욕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세태가 청년을 재테크에 올인하도록 내모는 것이다.
재테크가 무엇인가.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재산을 불리는 행위다. 투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딛고 선 자리가 불안하면 재테크에 몰입한다. 보험 하나는 들어둬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일단 챙겨야 하니까. 청년만이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가장 손쉽게 손을 대는 재테크는 부동산 투자다. 실패 확률이 적은 안전자산으로 여긴다. 말이 부동산이지, 대부분 아파트 갈아타기다. 가장 흔한 수법은 갭 투자. 전세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익만 지불하고 일단 구매해두는 행태다. 그런데 요즘은 만만치 않다. 죄악시(?) 하는 분위기다. 집값 폭등의 주범쯤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각종 규제가 생겼다. 보유세 양도세 등의 세제가 강화됐다. 무엇보다 대출이 엄격해졌다.
제도가 어렵고 복잡하면 기득권층이 유리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논란만 해도 그렇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총선 출마를 위해 서초구 아파트를 19억5000만 원에 팔았다. 대신 종로구에 보증금 9억 원을 주고 전셋집에 입주했다. 이후 석 달 만에 이 대표는 전세를 낀 채 종로구의 다른 아파트를 17억5000만 원에 구매했다. 캡 투자 형식이지만, 현금이 있어 가능했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법. “현금 부자만 집을 산다”는 불만이 나온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사실상 끊긴 상황이어서다. 여기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은 청년층을 더 자극했다. 김 장관은 얼마 전 30대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돈을 마련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집을 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과 신도시에 합리적 가격의 물량이 공급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험과 눈치로 느낀다. 가진 이들이 급히 집을 사는 것을 보면서 조급해진다.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낭패 본 경험이 한두 번인가.
걱정되는 건 그다음이다. 부동산 투자를 막으니,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는 세태다. 희한한 것은 정부 정책이다. 투자를 유도하는 듯하다. 부동산과 달리 대출 규제도 없다. 문제는 변동성. 주식은 절대 안전자산이 아니다. 국내든, 해외든. 가격이 폭락해 휴짓조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계 최고 금융대국인 미국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산출하는데 선정된 초기 12개 우량회사 중 100여 년 동안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2018년 퇴출됐다.
재테크 역시 안전망은 없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이길 확률은 기득권층이 높다. 정보도, 자금력도 많지 않은 이는 대체로 막차 탄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수업료는 반드시 든다. 그래서 재테크에 올인하게 만드는 지금 분위기가 불편하다. 상실감을 더 크게 만들까 봐 걱정이다. 상실감은 사회 불만이 되고, 계층 갈등은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모두 노파심이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