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 런던은 혹독한 스모그에 시달렸다. 그 중 1952년 12월이 최악이었다. 당시 짙은 농도의 유독성 스모그가 도시 상공을 1주일 동안 뒤덮었다. 이 때문에 각종 호흡기 질환자가 속출하면서 결국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는 차량 매연 외에도 석탄 연소에 의해 배출된 아황산물질이 주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석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문헌으로는 중국에서 기원전 4000년부터 사용됐다. 유럽에서는 11~12세기부터 이용하기 시작해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떠올랐다. 우리 고대사에도 석탄 관련 이야기들이 나온다. 예컨대, 신라와 고려시대 산지의 땅이 불타면서 매연이 끊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조선 말기에는 광산 수가 51개에 달했고, 1900년 전후로 외국자본이 들어와 석탄 등을 캤다는 기록도 있다.
1960, 70년대 석탄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자 국민 연료로 각광받았다. 국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6%를 차지할 정도였다. 반면 겨울철 가정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도 숱하게 일어났다. 그 영향으로 ‘연탄가스보험’이란 신종 보험까지 등장했다. 1980년대 이후로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밀려 석탄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의존도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기준 에너지원별 소비점유율을 보면 석탄이 27%로, 1위인 석유(38.8%) 다음으로 높다.
최근 탈석탄 운동이 확산하는 추세다. 어제 국회와 전국 22개 지역구 의원 사무실 앞에서 ‘석탄발전 퇴출법’ 제정을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동시다발 행동이 벌어졌다. 지난 7일에는 석탄발전소 퇴출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이어 8일에는 부산 등 전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56개 기관이 ‘탈석탄 금고’를 선포하고 나섰다. 기후 위기·재난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석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에게는 금고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공동선언이다. 이들 56개 기관의 연간 예산 규모가 통틀어 148조 원에 달하니,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악당국’이란 오명이 붙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 일곱 번째로 많고, 석탄발전소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해서다. 그럼에도 정부의 석탄발전소 감축은 미진한 상태다. 지난 7일은 유엔(UN)이 지난해 9월 한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공식 채택한 ‘푸른 하늘의 날’ 첫 기념일이었다. 올해 주제는 ‘모두를 위한 맑은 공기’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부터 탈석탄에 솔선수범해야 마땅하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