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의 복무 신조 가운데 맨 앞자리를 차지한 조항은 이렇다. ‘우리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대한민국 육군의 표상이 된다’. 미군의 지휘체계를 따르는 카투사는 대한민국 육군 소속으로, 파견 근무를 한다. 인사권과 월급 등은 우리 군에서 관리하고, 징계나 처벌도 국군 권한으로 행사한다.
카투사 제도는 6·25전쟁 중 미군의 우수한 무기와 한국군의 지리적 지식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 간의 구두협약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1950년 8월 313명의 장병들이 미 2사단 등에 배치됐다. 이들은 1950년 9월 15일 단행된 인천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한때는 이들 장병을 ‘카츄샤’로도 불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발음과 가까운 카투사(KATUSA)로 정립됐다.
카투사는 영어 잘하고, 복무가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야말로 ‘상대적이다’. RSO(한국군 지원대/반)에 배정받는 병사는 영어 한 번 쓰지도 않고 전역할 수도 있다. 부대나 보직마다 근무 환경과 업무 강도가 다르며, 누구는 우리나라 육군의 일부 부대보다 더 고달픈 생활을 한다.
카투사 출신 현직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그 존재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사태가 커진 것은 의혹을 제기한 야당 공세에 발뺌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말라고 으름장까지 놓은 ‘장관 엄마’가 자초했다.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여당 관계자들이 나서서 “별 일 아니다”는 식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군 복무 체계와 청탁 문제 등을 놓고 제각각의 편리한 해석을 남발해 잡음이 일고 있다.
그제는 여당의 유력 인사가 특혜 휴가 청탁 의혹과 관련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발언해 강한 반발을 샀다. 하루만에 공식 사과가 나왔지만, 뜬금없이 명예가 실추된 카투사 현역과 예비역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마음은 똑같다. 어느 부대에 복무하든 사고 없이 무사히 전역하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접하는 보통 사람들은 그냥 마음이 쓰릴 뿐이다. “카투사는 편한 군대”라는 발언이 나온 뒤 ‘카투사 갤러리 일동’이 내놓은 성명 내용 중 이 대목이 시선을 끈다. “카투사에 복무하는 장병들 또한 대한민국의 국군 장병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