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둘째 아들 준생은 193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인 경성 박문사를 방문했다. 그는 이토의 영전에 향을 피우고 “죽은 아버지의 죄를 내가 대신 속죄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또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분키치를 만나 “아버지를 대신해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격노한 김구는 준생을 ‘호부견자(虎父犬子)’라고 했다. 민족 자주와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제의 거두 이토를 단죄한 ‘호랑이 같은 아버지(안중근)’의 숭고한 정신을 반민족 행위로 더럽힌 ‘개 같은 자식(준생)’이란 뜻이다.
호부견자는 ‘삼국지’ 촉서 유선전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2대 황제 유선은 제갈량이 숨진 뒤 위나라가 침공하자, 자신의 손목을 묶고 성문을 열어 항복했다. 안락공으로 봉해져 위나라의 수도 낙양에서 살게 된 유선을 회유하기 위해 위나라의 대장군 사마소가 연회를 열어 줬다. 촉나라의 음악을 연주하자 비통해하는 촉의 신하들과 달리 유선은 연회를 즐겼다. “촉나라가 그립지 않느냐”고 묻는 사마소에게 유선은 “즐거워 촉나라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인들은 이런 유선을 아버지 유비의 유지를 저버린 호부견자라고 했다.
정의당이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호부견자”라고 비난했다. 아파트 분양권 신고를 누락하고, 2016년 3채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 고작 부동산 투기에나 매진하고 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꾸지람이 자못 따갑다. ‘나는 네가 일생 동안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너는 결코 후회없는 평화와 기쁨의 일생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김 의원에게 보낸 김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등은 일생을 두고 재독, 삼독할 책이니 각자 장서로 준비하여라’. 김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도 편지를 통해 자식들에게 독서와 사색, 사랑과 평화의 실천 등 인격 도야를 권장했다. 이런 김 전 대통령의 자식 교육을 생각하면 김 의원의 파행이 더욱 안타깝다.
김 의원처럼 아버지로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의 행동도 이런데, 그렇지 못한 이는 어떨까. ‘아빠 찬스’ 논란을 빚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엄마 찬스’ 논란에 휩싸인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 가족 이야기다. 자식 교육만큼 어려운 일이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