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무급휴직·저소득·특수고용·프리랜서가 대상이다. 부산경제진흥원은 부산시의 위탁을 받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1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적이 있다. 예상보다 4000여 명이 많은 1만8000여 명에게 한 달 50만 원씩 3개월치(중앙정부 지원 포함)를 지급했다. 소득 감소를 증빙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탈락해 안타까웠다. 또한 고용시장의 화두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불리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실감했다.

원래 긱 이코노미는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같이 온라인 공유경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시장 트렌드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섭외한 단기 연기자를 지칭했던 용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O2O (Online to offline)의 확산에 따라 카카오 대리운전이나 배달의민족·쿠팡에서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 노동자다.

요즘 긱 노동자는 IT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근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연 근무노동자다.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적으로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형태로 단기 인력 채용이 가능하고 4대 보험료도 절감할 수 있다. 노동자의 신분 불안과 낮은 급여는 단점으로 꼽힌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법인 PwC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의 규모는 2014년 150억 달러에서 2025년 3350억 달러로 20배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비대면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유통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긱 노동자는 크게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반면 임시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용 취약 인력과 동일시될 정도로 고용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고용패턴으로서 노동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할까.

첫째, 고용보험·최저임금·세법·노동법을 긱 노동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도록 정비하자. 배달운송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범위가 불분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긱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영국은 이미 긱 이코노미 워커들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에게 고용복지부담금을 부과한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법률을 2016년부터 시행 중인 프랑스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긱 이코노미의 발원지 미국 역시 행정해석을 통해 노동법의 적용 대상에서 소외된 긱 노동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점도 본받을 만하다.

둘째, 미래 신종 직업을 더 장려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는 신 직업군으로 미래차 정비 기술자나 탐정·육아전문 관리사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직업군이 조속히 실질적 고용형태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제도와 자격기준을 정비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숙련 사업자로 육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긱 노동자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확충도 공공부문이 선도해야 한다. 부산경제진흥원도 전통시장·음식점·소상공인 점포가 전자상거래로 영업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동백전 기반 ‘공공모바일 마켓앱’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다.

넷째, 기업 차원에서도 긱 노동자를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해선 안된다. 전문성을 보유한 프리랜서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그들의 역량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급 엔지니어들이 설계·감리를 비롯한 고급 용역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플랫폼 업워크’에는 3500개 업종에서 1200만 명의 프리랜서가 등록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프리랜서 마켓 크몽(kmong)에 8만 명 넘는 프리랜서가 등록할 정도로 노동 공급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젠 기업이 프리랜서의 능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다섯째, 청년 지원정책과 연계된 프리랜서 지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부산시는 ‘청년 희망 UP 프로젝트-희망일자리사업’을 통해 청년의 생활안정과 일자리 제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정책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청년 정책은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앞으로 긱 이코노미 시대가 확장될 것임은 분명하다. AI·빅데이터 전문가 등 고급 청년인력의 유출을 막으려면 디지털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긱 노동자들이 서러움을 받지 않도록 대우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잠재력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군도 육성해야 한다. 그날이 앞당겨지기를 기원한다.

부산경제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