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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9-16 19:55:4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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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잡이 취재를 위해 경남 사천시 서포면 중촌마을을 다녀왔다. 중촌마을 전어 잡이는 새벽 4시와 저녁 6시 하루 두 번 이뤄졌다. 전어 무리가 이동하는 길목에 300~400m 홑겹 그물을 치고 다시 끌어올리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었다.
석쇠 위에서 전어가 노릇노릇 익어 간다.
흔히들 전어는 성질이 급해 하루를 못 버티고 죽는다고 한다. ‘성질이 급하다’는 곧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전어, 고등어, 참치 등 붉은살 생선은 흰살 생선보다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물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호흡을 통해 산소를 얻는다. 이맘때 횟집 수족관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넙치, 가자미, 도미 등은 움직임이 적은데 전어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전어를 잡을 때도 이 점이 중요하다. 전어 잡이 배에는 반드시 크고 둥근 수조가 있다.

그물에 걸린 전어를 재빨리 떼어내 최대한 신속히 던져 넣어야 한다. 조업 끝낸 배가 돌아오면 선착장에는 어김없이 활어차가 기다린다. 결국 전어는 어선 수조에서 활어차로 활어차에서 횟집 수족관으로 이동한다. 한시도 물을 떠나지 않고 유통되기에 전어는 살아있고, 덕분에 도심 횟집에서 신선한 전어회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어를 살려서 운반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건 불과 20년 남짓이다. 그 전에는 죽은 전어가 유통됐고 부패를 막으려고 소금을 쳤다. 조선 후기 ‘임원경제지’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서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기록했다. 전어가 가을 진미로 꼽히고 누구나 좋아하는 생선이 된 건 구이 때문이었다. 잉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구우면 전어가 품은 지방이 활성화돼 숯불에 떨어진다. 그때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냄새는 돈을 따지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다. 지방이 타는 냄새는 식욕을 자극하는데 전어 지방은 특히 압권이다. 얼마나 대단했는지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가을 전어를 만날 때마다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속담이 불편하다. 전어 굽는 냄새가 아무리 뛰어난들 시집살이의 고단함, 고부 갈등, 부부 불화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세상에 그런 음식은 없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을 때야 이런 성차별적 비유가 가능했지만, 지금도 공공연히 사용되는 건 진부하고 후지다. 오지랖 넓은 여성가족부나 여성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가 왜 이 표현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지 궁금하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재해석 되고 선택된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전통은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번씩 패야 부드러워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이 지금 이런 표현을 쓴다면 당장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다.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비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전어 굽는 냄새가 아무리 좋다해도 집 나간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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