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시 공간의 문화적 재창조를 위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 추진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산의 미술계뿐 아니라 전국 미술계가 들썩인다. 한국판 예술 뉴딜 정책이 시작되는 것이다. 1930년 미국 경제대공황 때 루즈벨트 행정부가 홀저 카일(Holger Cahill, 1887-1960) 주도로 연방정부 최초 시각예술 후원사업을 시행한 것처럼.
1936년 카일은 희귀한 걸작만 예술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실업에 빠진 예술가들을 구제하려 노력했다. 2020년 오늘 한국에서 추진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추진 목적은 명확하다. 미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이어 도시 공간의 문화적 재창조,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가 창궐해 모두 처음 겪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과연 예술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 국민의 보편타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예술이라는 특수한 직업에 대한 공공의 호의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예술이 생활 속 깊숙이 밀착해 자연스럽게 향유되지 못하는 현실을 자주 목격해왔다. 현장에서는 창작자인 예술가와 수용자인 대중의 불통과 공감 부재에서 오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미술인 일자리 제공 사업은 시행된다.
정책 시행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사업 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차 추경으로 7월 초 확정한 예산이라고 한다. 행정에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시간은 짧고, 예상대로 공정성과 형평성에 관한 의혹으로 곳곳에서 잡음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어느 팀을 선정해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가를 숙고할 때 생활 미술인과 전문 미술인의 분류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제기될 것인데, 이 점은 차후 더욱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서는 ‘일자리 창출 취지를 고려해 안정된 고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교수·교사·영리단체 관계자 등 직장인과 대학생 제외’라는 설명이 그나마 명확한 선별 기준으로서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미술 활동을 이어가는 미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별적 지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여러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것이 다행인 것은 미술계 현장과 지금 오늘 현실 속 전문 미술인의 상황이 처참한 수준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술인을 위해 보편적 복지든, 선별적 복지든 지금은 행정의 과감한 지원과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어려운 예술을 왜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은 이제 그만 하자. “예술가들이 가난한 것은 예술 자체가 지닌 높은 가치 때문에 예술가는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어려워서는 안 된다…. 깊게 파고드는 사람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기 수준에 맞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한국까지 와 예술 대중화를 외친 한스 애빙(Hans Abbing, 1946~)의 주장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예술 대중화, 단 한 번에 완성된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모든 예술 작품은 영원불멸한가, 고정 불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애빙이 주장한 예술의 대중화는 공공 미술 영역에서 그 ‘장소’와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살아 움직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소 특정적’ ‘장소 결정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돼 대중과 장소의 맥락을 이어가며 활발히 전개될 수 있다. 대중과 개인 예술가 모두에게 장소는 시간과 공간의 개인적 경험이 쌓인,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이다. 서울 한복판 청계천에 거대한 소라 작품을 설치하면서도 “한 번도 서울에 와보지 않았다”고 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는 ‘우리 동네 미술’ 작가는 아니다.
예술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며 확장한다. 하지만 대중과 함께 사회 속에서 수용되고 인정받고 평가되는 것에서 무한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공공의 정책 지원과 후원이 동반될 때는 더욱 정밀하게 대중의 수용·인정·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예술의 대중화는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세상은, 지금은 공감과 소통이 절실하다.
올아트22C 문화기획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