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를 취재하다 보면 정부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되고 집행될 것이라는 믿음, 법은 완벽할 것이라는 환상이 여지없이 깨질 때가 많다.
지난 7월 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주택시장에 대혼란이 생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 시행 후 전세는 씨가 말랐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사례도 생겼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내 집에 내가 못 사는’ 황당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법의 심각한 허점(loophole)이 노출됐다. 전세 계약 기간 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집을 매수했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아직 등기를 못 한 새 주인은 입주할 수 없게 돼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법을 충분한 심사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시행한 부작용이다. 국회와 정부는 법을 발의, 심의, 통과하는 단계에서 법 시행 시 예상되는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할 의무가 있다. 법의 허점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감수해야 할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주 시작된 4차 추경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른 희망 근로 일자리 사업 역시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를 하게 한다. 대부분 국채로 마련되는 이번 추경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기를 바라며 국민이 용인해준 예산이다. 그런데 지난 3차 추경 집행률이 떨어져 연말까지 대규모 불용이 예상됨에도 또다시 800여 억 원을 증액해 투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역 현장에서는 대상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조건을 완화하면서 비취약계층까지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타 시도도 마찬가지고 비취약계층까지 다 배치해도 선발 목표 인원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수급자들조차 그다지 반기지 않는 단기 일자리 사업에 돈을 뿌리는 것도 마뜩잖은데 그 돈이 헛 구멍으로 들어간다니 쓴웃음이 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희망 근로 지원사업은 매년 면밀한 정책 수요와 목적에 근거한 사업설계보다는, 중앙정부가 목표 인원과 일자리 수를 설정해 배분하고 지역별로 촉박하게 단순 노무를 제공하는 사업이 됐다”고 꼬집었다. 법의 허점으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고, 당초 취지대로 예산이 쓰이도록 하는 게 국회와 정부의 최소한의 역할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서울정치부 차장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