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벽’중이다. 취업벽, 연애벽, 결혼벽, 혈연벽, 학연벽 등등. 지금까지 거론된 청년의 벽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워 ‘n’이라는 부정수가 붙은 형편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문명을 결딴낼 듯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벽’까지 가세했으니, 우리 청년의 처지는 벽 넘어 벽인 셈이다. 이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부산 청년들이 “지금이야말로” 하고 참았던 목소리를 토해낸다. 오는 22~26일 열리는 ‘2020 부산청년주간’ 행사에서다.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벼랑 끝에서 외치는 절규이자 자구의 몸부림이다.
우리 청년은 한계상황에 이른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25.6%로, OECD 37개 회원국 평균치(41.9%)보다 16.3% 포인트나 낮다. 올 하반기 국내 500대 대기업의 74.2%가 채용을 포기해 고용사정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청년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20대의 1인당 대출액은 전월 대비 4.27% 늘어난 728만 원을 기록했다. 직장생활도 제대로 해보기 전에 빚더미에 눌려 질식할 판이다.
부산청년주간 행사에는 청년들의 이런 고뇌와 상처가 스며 있다. ‘지잡대(지방의 잡다한 대학)라는 거대한 불공정’이란 주제에선 신분제나 다름없는 지방벽 아래서 신음하는 부산 청년들의 절망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들은 분노 가득한 시뻘건 가슴이 아닌, 얼음처럼 맑고 차가운 머리로 노동 주거 학교 등 현실을 조목조목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문제 인식과 개혁 지향점을 보다 선명히 설정하려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귀를 씻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지적에 방음벽을 치는 정치적 편견은 버리길 당부한다. 그러지 않고선 18일 출범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 가뜩이나 당초 내세운 ‘정치인 배제’ 원칙을 어기고 청년 민간위원 중 5명을 여당 출신이나 총선 출마 시도 경험이 있는 정치권 인사를 선임해 논란을 유발한 마당이다. 청년 정책은 정권의 필요가 아닌, 진정 청년이 바라는 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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