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유엔(UN)은 사상 최초로 ‘마약특별총회’를 열었다. 마약류 확산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사흘 간 이어진 총회는 마약퇴치 계획과 함께 2000년까지의 퇴치 선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마약에 관한 모든 대처방안이 포함되었다. 그렇기에 회원국들이 철저히 이행하면 마약류 퇴치에 큰 효과를 거둘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1998년 특별총회에서도 마약 밀매를 막기 위한 각국의 행동강령이 채택돼 그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세계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퇴치는 고사하고, 어느 곳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을 듯하다. 더구나 거래량이 엄청난 데다 밀매 수법도 갈수록 지능적이고 대담해지는 추세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에서는 무려 16t 분량의 코카인(1조2000억 원 상당)을 실은 선박이 적발돼 충격을 줬다. 또 중국은 국제 우편물을 통한 대마초 밀반입이 급증하면서 차단에 골치를 앓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마약 청정국’은 이미 옛말이 됐다. 특히 대마 밀반입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 17일 공개된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대마 밀반입으로 적발된 것만 246건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간(188건)보다 3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도 총 1만411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10~20대 젊은층이 2586명에 달하고, 그 인원은 지난 4년 사이 두 배 가량 폭증했으니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일상 생활에 마약이 깊숙이 침투했고, 그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커졌다는 걸 말해준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포르쉐 승용차 운전자의 대마 환각 질주로 7중 추돌사고가 난 것은 한 단면이다. 하기야 요즘은 스마트폰에 마약광고가 쏟아지고, 터치 몇 번으로 살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국민연금공단 직원 4명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건까지 엊그제 일어났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대마를 구입한 걸로 전해졌다. 국민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공공기관이라, 말문이 막힌다. 어제 공단 이사장의 사과문처럼, 그간 신뢰성이 한순간에 허물어진 꼴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이다. 즉, 다크웹과 같이 온라인에서 추적이 힘든 방식으로 마약거래가 은밀하게 성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 못지 않게 무서운 것이 마약 중독과 확산이다.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근절책이 나와야 하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