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중동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났다. 최소 150여 명이 사망했고, 5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레바논 총리 하산 다이브는 폭발 원인이 창고에 6년간 보관돼 온 2700여 t의 질산암모늄이라고 발표했다.
질산암모늄은 비료의 원료로, 농업용품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다. 그러나 질산암모늄은 디젤유와 혼합하면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폭탄으로 제조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질산암모늄을 이용한 폭탄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 사건 때 2.5t의 질산암모늄이 쓰였고,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에도 질산암모늄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중국 텐진항 폭발사고도 질산암모늄에 의한 것이었다.
질산암모늄은 평상시 위험성을 띠지 않으나, 습기를 머금어 경화되거나 고온의 열로 폭발성을 가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항만에서 이러한 위험화학물질을 법률 규정에 따라 제대로 관리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은 경제개발 제3차 계획(1972~1976)부터 진행됐고, 정유, 화학 및 석유사업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로 인해 그 원료인 위험화학물의 수입 및 화학제품 수출이 확대됐고, 항만의 위험물 물동량·처리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위험물 컨테이너 물동량을 보면, 2014년 56만560 TEU, 2015년 58만9220 TEU, 2016년 56만2298 TEU, 2017년 65만2611 TEU였다. 2018년은 73만999 TEU로 전년 대비 12% 증가해 5년간 2016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6% 정도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위험물 컨테이너 물동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산항은 2014년 48만1157 TEU, 2015년 50만4203 TEU, 2016년 47만1521 TEU, 2017년 57만0330 TEU, 2018년 64만7452 TEU였다.
증가하는 위험화학물질 관리를 위해 여러 법률이 제정됐고, 위험물 종류와 범위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의 관리주체로서 활동하며,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 해양수산부는 위험물 선박 운송 및 저장규칙 등을 통해 운송과 저장에 관한 내용을 관리하고,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근로자 중심의 위험물 관리에 관한 규정을 맡는다.
해양수산부는 ‘항만 내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안전관리 지침’ 및 ‘항만 내 위험물 컨테이너 하역 및 적재 매뉴얼’을 통해 항만을 관리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각각의 법률에 따라 관리감독 기관이 여럿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의 관리주체는 행정안전부이다. 화학물질관리법은 환경부가 관리·감독한다. 해상운송과 관련해서는 해양수산부가 감독 주체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가 맡는다.
둘째, 위험물 저장 및 보관 그리고 운송 관련 규정에서 위험물 분류기준과 정의 등이 다르다. 이런 탓에 위험물 저장·보관 및 운송에 관련된 종사자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셋째, 위험화학물질의 항만에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독립적인 법률이 없다. 해양수산부는 항만에서의 위험화학물질의 관리를 위해 ‘항만 내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안전관리 지침’ 및 ‘항만 내 위험물 컨테이너 하역 및 적재 매뉴얼’ 등을 터미널운영자들에게 배포했으나, 단순한 지침에 지나지 않아 법률과 같은 강제력이 없다.
또한 이러한 지침들의 법률적 근거 또한 국제 기준이 아닌 국내법을 근거로 해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홍콩 위험물(선박) 규정이나 싱가포르의 해사 및 항만법 등은 기본적으로 IMDG(국제해상위험물규칙) 코드를 기초로 규정해 중복을 피하고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항만에서의 위험화학물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제안하고자 하는 바는 IMO(국제해사기구)가 1993년 ‘항만 내 위험물의 안전운송 및 취급에 관한 권고(MSC/Circ. 1216)’ 규정을 참고해 실질적인 항만 위험물 안전 관리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IMO 코드에 따른 항만 내 위험화물의 분류 및 저장, 그리고 이동 규정의 통일화가 필요하다.
한국해양대 해사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