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으려는 정부의 방역전략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이를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로 했으나, 백신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의 품질 유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백신을 냉장 온도로 운반해야 하는데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품질 검사에서 불량 판정이 내려지면 해당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방역 사정의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건은 폐기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다. 정부는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를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의 고령층 등 총 1900만 명(전체 인구의 37%)으로 잡았다. 트윈데믹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품질 검사 대상에 포함된 백신이 500만 도즈(1회 접종분)에 달해, 전량 폐기될 경우 대상자의 26%를 웃도는 500만 명이 접종을 못 받게 된다. 예년의 독감주의보 발령시기를 감안하면 11월 중순까지는 백신을 접종해야 하나,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는 데 5~6개월이 걸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전염병에 취약한 노약자의 상당수가 무방비로 트윈데믹에 노출되는 셈이다. 여야가 합의한 105만 명 추가 무료접종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처지다.
품질 검사 결과, 폐기 백신량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100% 온전한 상태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전량 폐기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 품질 검사에 2주일이 소요되는 데다, 코로나19 재유행 시기를 추석 연휴 이후로 보는 전문가도 있어서다. 예정된 접종 대상자들의 건강과 연령을 살펴 접종순서를 조절하는 등 주어진 여건 내에서 효율을 최대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정쟁을 접고 트윈데믹 예방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 올 가을이 코로나19 최대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발생 당시 가을에 봄보다 5배 더 사나운 재유행이 닥친 바 있다. 비상기구를 만들어 협치에 나서야 한다. 더 실기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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