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올해 국가채무는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역대 최대인 846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9%로 역대 최대다. 국가채무비율의 전년 대비 상승 폭은 5.8%포인트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3.9%포인트)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3.0%포인트)보다 크다. 국민 1인당 나랏빚은 2017년 1280만 원에서 올해 1640만 원(추계인구 기준)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재정전망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성장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점점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는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3.5%에서 오는 2045년 9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돼 있다. 25년 뒤면 나랏빚이 전체 GDP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수지 적자나 국가채무 총량을 일정 수준 이내에서 통제하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선진국이 일반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느슨한 형태의 준칙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올해처럼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확장재정이 가능하게 예외조항을 둔다는 식이다. 이 경우 재정준칙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경기상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하면 정부가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준을 세우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의 신용이 위협받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재정준칙은 여건에 맞게 세우되, 독일처럼 명문화된 형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제어하려면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고, 신규 의무지출을 도입할 경우 재원확보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최대한 검토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준칙을 수립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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