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아들 이름이 거론됐다. 법사위원장 방문 앞에 모인 이들은 상대측보다 먼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법사위원장의 방은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다.
법사위원장의 방에 모인 이들은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로, 국회의 경찰 수사권 독립 관련 법 개정을 앞두고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 개정이 되도록 위원장 아들의 정보를 이용하려 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거대한 권력과 조직 내 부패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검사와 경찰관이 등장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이들이 수사 구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각자의 기관에서 발탁돼 다시 만나게 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정의감과 소신이 뚜렷한 이들이 조직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뒤 겪게 되는 갈등과 또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앞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데서 서로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드라마 제작진이 보여주길 애청자의 마음으로 기대한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 추진의 답이 명확히 보였다. 그건 바로 ‘상호협력’과 ‘견제와 균형’이다.
2020년 1월 1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의 개정 목적은 명확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한 민주적인 수사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하나의 기관이 수사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아 행사하면서 발생한 여러 부작용과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이자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대통령령을 살펴보면 아직 법률의 개정 취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선 수사준칙을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입법예고됐다는 점이 문제다. 검찰은 법무부, 경찰은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으로서 엄연히 그 소속이 다르다. 원활한 상호협력을 하기 위해서 검찰과 경찰이 공동 주관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단독으로 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형사소송법 시행령이 개정안에서 규정한 견제장치를 넘어, 검사의 권한을 확대하면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이 수사 중지한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하거나, 수사 중지 때 고소인 등에게 검사에 신고할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균형을 잃은 견제’이다.
이 외에도 개정 법률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의 6대 범죄로 한정하지만, 대통령령은 마약 범죄를 경제 범죄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로 간주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한국경찰학회, 한국경찰연구학회, 경찰학교육협의회 등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이 개정법의 취지인 검찰 개혁에 역행한다’며 수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법무부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모든 국가기관은 그들에게 주어진 그 권한을 누구로부터 부여받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권한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검·경이 앞으로 나아갈 바는 명확하다. 두 기관이 ‘상호협력’을 통해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함께해야 한다. 특히 경찰은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과오로 인해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다는 점을 제대로 알고,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과 자기견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의롬 부산외국어대 경찰정보보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