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조처가 또 나왔다. 그것도 국내 대기업체와 관련된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로 하청업체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포함해 4명의 사상자가 났는데도, 검찰이 사고 책임자인 피고인들에게 내린 구형량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러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대기업체 봐주기’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의 사고는 2018년 11월 28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일어났다. 당시 이 회사 작업자 2명과 임원 1명이 누출된 황화수소에 중독돼 숨졌고, 다른 직원 1명은 지금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수사결과, 포스코 기술연구원 측의 안일함이 야기한 인재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즉, 고농도 황화수소가 녹아있는 폐수를 위탁처리하면서 그 성분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폐수처리와 무관한 동료에게 업무를 맡기고 대리서명까지 시킨 걸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연구원의 직원 2명에게 각각 징역 8월·6월에 집행유예 2년,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전 원장과 포스코 법인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800만 원을 구형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볼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기소과정도 석연찮다. 지난해 4월 경찰이 사건을 최종 송치했으나, 검찰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올해 1월에야 기소했다. 대기업에 불리한 여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처럼 굳어진 게 산재 사망사고다. 이에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여론이 높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은 현행법의 법정형이 턱없이 낮은 게 문제다. 지난해만 해도 산재 사망사고의 책임자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쳤다. 이래서는 기업체가 산재 예방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관련 안전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산재 사망을 초래한 사업주 등을 엄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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