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왕을 감동시킨 소박한 감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9-29 19:05:50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세기 프랑스 가정집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긴 앞치마를 입은 엄마가 저녁을 차리면서 아이들에게 감사기도를 드리라고 말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유아용 낮은 의자에 앉아 엄마를 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있고, 식탁 의자에 앉아 기도 손을 한 큰아이는 그런 동생을 바라본다. 서민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이지만, 완성된 그해 루이 15세의 애장품이 되었다. 방탕과 사치스런 생활로 유명했던 왕은 어째서 이런 소박한 그림을 좋아했던 걸까?

장 시메옹 샤르댕, 감사기도, 1740년.
이 그림을 그린 장 시메옹 샤르댕은 정물화의 대가였으나 서민 가정의 겸손한 삶을 그린 장르화에도 뛰어났다. 그림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는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젊은 나이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히고 왕실과 귀족의 후원을 받는 화가였음에도, 돈이나 명예에 욕심내지 않았다. 18세기 파리 화단에선 역사화가 가치를 높게 인정받았고, 귀족들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로코코 미술이 유행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가정생활의 평온함을 담은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장르화를 평생 추구했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샤르댕은 아내와 어린 딸을 차례로 잃고, 아홉 살 아들만 곁에 둔 상태였다. 여전히 엄마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들을 보며 아내의 빈자리와 딸에 대한 그리움이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쩌면 그림은 기억 속 아내와 아이들 모습일지도 모른다. 드레스를 입어 딸처럼 보이는 작은 아이가 사실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의자 등받이에 매달린 북이 남자아이임을 알려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북채는 식사 시간 전까지 이 아이가 북을 치며 놀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일상을 담은 이 그림은 제작된 그해 8월 살롱전에 전시되었고, 그때 그림을 본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몇 달 후 화가는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 그림을 선물했고, 왕은 크게 기뻐했다. 화가 자신도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 몇 개의 버전을 더 그렸고, 그중 한 점은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

루이 15세는 두 돌이 되기 전 엄마를 여읜 탓에 위안을 주는 엄마 같은 존재를 갈망하며 방탕한 연애 생활을 했다고 알려졌다.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과 가르쳐주는 감사기도는 천하를 가진 군주라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동경의 세계였을 터. 이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화가는 자신의 아들처럼 일찍 엄마를 잃은 국왕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280년 전에 그려졌지만 이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행복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따뜻한 가족애에서 나온다는 것,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 말이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어 독서 29번, 사례 추론하는 데 시간 오래 걸려”
  2. 2수학 가형 등차수열 킬러 문항…“중상위권은 어려웠을 것”
  3. 3민찬홍 출제위원장 “EBS 연계율 70% 수준…예년과 같아”
  4. 4싹 사라진 교문 응원…배웅은 차에서, 격려는 주먹인사로
  5. 5지역위원장 잇단 기소…여당, 보선 앞두고 비상
  6. 6‘예산전’ 존재감 뽐낸 변성완·박성훈…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7. 7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7.4%…취임 후 최저기록
  8. 8대학별 비대면 면접 방식 달라 연습을…자가격리자 논술 응시 허용 여부 확인
  9. 9김해 사회적기업, 취약층에 ‘희망의 빛’
  10. 10윤석열 징계위 10일로 또 연기…문 대통령 “절차 정당·공정성 갖춰라”
  1. 1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7.4%…취임 후 최저기록
  2. 2‘예산전’ 존재감 뽐낸 변성완·박성훈…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3. 3지역위원장 잇단 기소…여당, 보선 앞두고 비상
  4. 4윤석열 징계위 10일로 또 연기…문 대통령 “절차 정당·공정성 갖춰라”
  5. 5[정치 데스크 '인사이드'] 만 39세 뇌과학자 보선판 돌풍 주목
  6. 6특례시 기준 인구 100만…지방자치법 개정안 행안위 통과
  7. 7TK 야당·국토부 반대로 김해 예산 280억 가덕에 못 쓴다
  8. 8윤석열 원전수사 다시 챙기며 반격…청와대는 징계절차 강행 의지
  9. 9이진복 “부산 먹는 물 독립 이룰 것”, 잇단 공약 이슈화로 정책대결 포문
  10. 10눈치 보는 여당 후보군, 정중동 행보만
  1. 1연금 복권 720 제 31회
  2. 2부산관광공사, 친환경 ‘그린 마이스, 그린 부산’ 온라인 캠페인
  3. 3롯데마트 ‘통큰 치킨’ 출시 10주년 할인 이벤트
  4. 4갈길 먼 부산 스마트항만…업계 70% “그게 뭐죠?”
  5. 5극지상식 ‘언택트 골든벨’로 뽐내세요
  6. 6주가지수- 2020년 12월 3일
  7. 7해수부 내년 예산 최대치…북항 정화에 10억 증액
  8. 8해양폐기물 관리 체계화, 4일부터 지자체장 책임
  9. 9상품권부터 IT 제품 할인까지…수험표만 있으면 多 받아요
  10. 101000대 기업 CEO 지역대학 출신 약진
  1. 1싹 사라진 교문 응원…배웅은 차에서, 격려는 주먹인사로
  2. 2“국어 독서 29번, 사례 추론하는 데 시간 오래 걸려”
  3. 3민찬홍 출제위원장 “EBS 연계율 70% 수준…예년과 같아”
  4. 4경남도, 경남 농민 공익직불금 2228억 순차 지급
  5. 5수학 가형 등차수열 킬러 문항…“중상위권은 어려웠을 것”
  6. 6 무학과 무창: 최고의 경지
  7. 7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46> ADHD 김찬영 군
  8. 8대학별 비대면 면접 방식 달라 연습을…자가격리자 논술 응시 허용 여부 확인
  9. 9김해 사회적기업, 취약층에 ‘희망의 빛’
  10. 10양산 주거지 내 소규모 제조시설…市, 무단 용도변경 등 합동단속
  1. 1롯데, 스트레일리 붙잡아…비시즌 최대 과제 해결
  2. 2외인 알렉산더·신인 박지원 수혈…kt, 순위경쟁 걱정마
  3. 3‘꿈의 무대’ F1 태극기 달고 달린다…영국 드라이버 한세용 주말 정식 데뷔
  4. 4손흥민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
  5. 5훈련 불참 이강인 코로나 감염설
  6. 6댄 스트레일리, 내년에도 롯데로...210만 달러에 재계약
  7. 7작년 ‘빈손’ 롯데, 올해는 황금장갑 낄까
  8. 8“판공비, 회장 취임 전 증액”…이대호 ‘셀프 인상’ 반박
  9. 9신진서, 남해 바둑 슈퍼매치 7전 전승
  10. 10서핑 국가대표 6일까지 선발전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김두관 의원 인터뷰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하나의 경제체제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기고 [전체보기]
공연계 코로나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박흥주
도시철 공익서비스 비용 정부 부담 마땅 /이종국
기자수첩 [전체보기]
국제관광도시 첫 단추 잘 꿰야 /김진룡
무임손실 ‘진짜 원인자’는 정부 /박호걸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신념이 성숙하는 계절, 가을 야구를 사색하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북은 소, 얼후는 구렁이가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문 대통령이 나설 때 /정유선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전설의 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미역과 설치
목포 덕인집 홍어
사설 [전체보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 전폭적 국가 지원 관건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가시화…물량 확보 등 만전 기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퇴폐미술의 낙인
비극의 주인공이 된 모델
이홍 칼럼 [전체보기]
독성 리더십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균형발전의 적들
사람은 비용도 기계도 아니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가을의 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보졸레 와인의 행복
몰도바의 추억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