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곶감이나 감은 우리 민족에게 친숙하다. 무엇보다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요즘 어린이에게는 생소하겠지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곶감’이란 전래 동화도 있다. 즉, 시골집에서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온다고 겁을 줘도 소용이 없는데, 곶감을 준다고 하니 울음을 뚝 그쳤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호랑이는 곶감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무섭길래 그렇게 되나 싶어서 슬그머니 도망쳤다는 얘기다. 그만큼 곶감이 달고 맛있다는 뜻이다.
관련 속담과 관용구도 많다. 무른 감도 쉬어 가며 먹어라, 곶감이 접반이라도 입이 쓰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 곶감 죽을 쑤어 먹었나, 곶감 죽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러졌다 등이 그것이다. 특히 ‘곶감 빼먹듯 한다’란 말은 정치권에서도 곶감 빼먹듯 곧잘 써먹는다. 얼마전 여당 의원이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꼬집으며 입에 올렸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감쪽같다’(꾸미거나 고친 것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도 감에서 비롯됐다. 사실 국어사전에는 ‘감쪽’이란 단어가 없는데, 그 어원에는 몇몇 설이 있다. 누가 달라고 하기 전에 흔적없이 얼른 먹어 치운다는 것에서, 그리고 감을 자른 뒤 그 쪽을 다시 맞추면 쪼갠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각각 생겨났다는 말이다. 감나무에 비슷한 나무 가지를 ‘접붙이기’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감 껍질을 벗겨서 말린 곶감은 기원이 확실치 않으나, 기록상 조선시대에 많이 애용된 듯하다. 19세기 문헌에는 종묘제사 때 쓴 계절음식으로도 적혀 있다는 것이다. 주로 기후가 온화한 남부의 많은 지역에서 특산물로 생산하는데, 경북 상주와 경남 산청·함양·함안 등의 곶감이 유명하다.
그런 곶감이 세계적 식품으로도 거듭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0)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최근 총회에서 고추장과 함께 국제식품 규격으로 등록되어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식품으로 인정받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김치(2001년) 인삼(2015년)의 국제 규격 채택에 이은 성과다. 고추장은 2009년부터 아시아에서 통용되는 지역규격이었다가 지위가 오른 셈이다.
그간 곶감은 국제기준 미비로 인해 수출이 어려웠던 실정을 감안하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번 국제규격 채택에 따라 각국에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청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건강식품인 곶감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우리 농가의 수출길이 더욱 넓어졌으면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