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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올해도 말잔치로 끝나나

종반 향하는 올 국정감사…여당, 증인 채택 거부 ‘방탄’ 야당, 여당 탓만 하다 ‘맹탕’

역대 최악 소리까지 나와…상시국감 등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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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종반전을 향하고 있다. 한 해 국회 농사의 결산인 데다 21대 첫 국감인 만큼 모두의 관심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 거기다 올 들어 불거진 현안과 의혹은 오죽 많았나. 야당으로선 벼르고 벼른 국감이었으니 묵직한 한 방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중반을 넘긴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어’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재료는 분명 풍부해 보이는데 그렇고 그런 요리만 잔뜩 나오는 형국이랄까. 말 잔치만 요란하고 구체적 성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이런 국감장 풍경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올해는 더 심해진 듯하다. 이러니 벌써 역대 최악의 국감이란 말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해마다 ‘방탄’이니 ‘맹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오던 국감이다.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선은커녕 과거보다 더 퇴행하는 모양새를 보이니 문제다. 일차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놓고 방탄’에 있지 싶다. 야당 공세의 싹부터 자르려는 듯 증인 채택 등을 온 몸으로 막고 있다. 상임위원장 독식을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국감에서 채택하려다 거부된 증인과 참고인 숫자만 해도 상임위별 중복을 포함해 120여 명에 달한다. 추궁해야 할 의혹이 널려 있지만 야당은 속수무책이다.

민주당의 ‘방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속 의원들에게 ‘방탄’을 독려하는 듯한 조짐마저 보인다. 최근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의원 선정을 위해 각 의원실에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국감 활동’을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국감 우수 의원 선정 기준을 과거 언론 보도 위주로 하던 ‘정량 평가’에서 ‘정성 평가’ 방식으로 바꾸면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성 평가’로의 개선이야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느닷없이 국정철학 부합 운운하는 건 국감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 측은 이에 대해 “당내 논의 과정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뒷맛이 개운찮다.

국감이 아무리 야당의 무대라지만 행정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책무는 여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우수 의원 선정 기준으로 이 같은 방식이 논의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들을 만하다. 민주당이 말하는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국감 활동’이란 게 뭐겠나. 거칠게 말하면 행정부의 국정에 토 달지 말고, 이를 비판하는 야당 공세를 적극 막는 활동과 다름 없다. 달리 말해 ‘방탄 국감’에 적극 동참하는 게 우수 의원이라는 이야기다. 이러니 종반전을 치닫는 국감 현장에서 아직도 증인 채택 문제로 입씨름 하고 있는 배경이 이해될 만하다.

여당의 ‘방탄’에 무기력하기만 한 제1 야당의 대응 또한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여당에 증인 채택이 속속 거부되는데도 마땅한 비책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 많은 호재를 두고도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 ‘맹탕’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사실 상임위원장 한 명 없는 야당으로서는 여당의 증인 채택 거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채택이 거부될 게 뻔한 핵심 증인들에만 기대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스스로 이슈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는 오직 여당 탓과 기싸움, 핏대 올리기, 영양가 없는 말들의 무한반복 뿐이었다.

국민의힘은 답답했던지 야당만의 독자 국감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연평도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주요 증인 채택이 불발되자 피살 공무원의 형 등이 참석한 가운데 증언을 들었다. 정식 국감이 아니어서 속기록에도 반영되지 않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를 하며 진상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사안의 중요성이 큰 만큼 이런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칫 사건의 본질 보다는 자신들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 정쟁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올해 국감을 본래 취지는 제쳐둔 채, 최근 불거진 이슈에만 지나치게 매달린 게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올해 국감도 결국 이처럼 ‘맹탕’으로 끝나는 듯한 모양새다. 이러다간 자칫 올해 국감 중 기억할 만한 것이라곤 코로나19 사태로 국감장 주변에 죽치며 대기하던 피감기관 공무원이 사라졌다는 점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해묵은 국감 무용론을 새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운용이 문제이지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게 아닌 까닭이다. ‘상시 국감’ 등 개선 방안도 이미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도 여전히 총대를 멜 의지는 없어 보인다. 남는 것은 국감 기간 중언부언 넘쳐 나는 보도자료와 각당의 우수 의원 정도다. 도대체 언제까지 ‘방탄’과 ‘맹탕’을 오가는 국감을 지켜봐야 하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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